[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노조)이 내달 2일 예고한 산별총파업이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약 90%의 찬성률로 가결되고 지난 26일 진행한 11차 노정교섭에서도 핵심 쟁점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로써 6일을 남겨둔 파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노조는 27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투표 결과와 노정교섭 결과를 발표했다.
찬반 투표는 지난 18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됐으며, 조합원 5만6901명 중 4만5892명이 각 의료기관에 설치된 투표소 등에서 투표에 참여했다. 투표율은 81.82%, 찬성률은 89.76%을 기록했다. 반대 9.92%, 무효 0.32% 등이었다.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코로나19 전담병원과 사립대병원 위주로 투표율이 높았다.
찬반투표 진행에 앞서 노조는 90% 이상 투표율과 찬성률 달성을 목표로 했다. 내부적으로 얼마나 해당 파업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지 보이겠다는 취지에서다. 목표 대비 무난한 성과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11차 노정교섭은 지난 26일 국제전자센터에서 오후 4시부터 익일 3시까지 진행됐으며 보건복지부·질병청 관계자가 참석했다. 공공의료 확충·보건의료인력 확충 등 노조가 내세운 핵심 사안에 대해서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공공의료 확충과 관련해 ▲감염병 전문병원 조속 설립 ▲코로나19 치료병원 인력 기준 마련 ▲생명안전수당(감염관리수당) 제도화 ▲70개 중진료권 마다 1개씩 공공의료 확충 ▲공공병원 인프라 구축과 공익적 적자 해소 등을 요구 중이다.
또 보건의료인력 확충 및 처우 개선과 관련해서는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 및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예측 가능한 교대근무제·교육전담간호사 지원제 전면 확대 ▲불법의료 근절 ▲의료기관 비정규직 고용제한 위한 평가기준 강화 ▲의사인력 확충 및 공공의대 설립 등이 있다.
교섭에서 공공의료 강화·감염병 대응 등에 대해 질병청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4개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외 추가 설립 계획을 명확히 제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했다.
코로나19 대응 의료인력 기준을 만드는 것에는 동의했지만, 감염병 전담병원의 코로나19 대응 인력 인건비 직접지원에 대해서는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보건의료인력 확충과 관련해서도 복지부는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는 전언이다. 간호등급제 개선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기준으로 개편 의지를 보였지만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시행 시기 등을 제시하지 않았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건에 대해서는 5년간 전면 확대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하겠다고 밝혀 간극이 좁아진 듯 하나, 세부적 계획은 제시되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복지부의 전향적 결정이 필요한 보건의료인력 확충 과제에 대해 복지부의 소극적이고 유보적인 태도에 가로막혀 더 이상 진정되지 못한 협상이었다”고 총평했다.
나순자 보건노조 위원장은 “남은 기간 동안 노조는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합의점을 만들기 위한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며 “9월 2일 전까지 정부가 얼마나 해결 의지를 갖고 실질적 해결책을 내놓는가에 따라 파업은 실제 상황이 될 수도 있고 극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여야대표, 정은경 질병청장 등과 면담을 진행해 노조 요구인 공공의료 확대·보건의료인력 확충에 대해 공감했다”며 “그러나 정부는 전향적·획기적 대책 대신에 예산 타령을 하며 소극적·유보적 태도로 일관하면서 협의 진전을 막고 있다”고 울먹였다.
이어 “복지부·기재부 결단 없이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국민들에게도 호소했다. 나 위원장은 “파업은 우리 목적이 아니라 벼랑 끝에서 켜진 마지막 희망”이라며 “더 이상 의료진이 번아웃 등으로 인해 방역 현장을 떠나지 않고 국민의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파업이 진행되지 않도록 격려하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파업은 9월 2일 오전 7시부터 협상안이 타결 될 때까지 진행되며, 필수 유지 업무 인력을 제외하고 병동·외래 간호사, 의료기사, 환자운반·보조 등 인력은 참여한다.
조합원들은 방호복·페이스 쉴드·마스크 등을 착용하고 시위를 진행하며, 방역 지침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한하며 이행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