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제주병원, 개설 허가·조건 취소 등 '연승’
법 전문가들도 해석 ‘분분’···영리병원 확산 주장 ‘비판’
2022.04.06 05:30 댓글쓰기
사진출처=연합뉴스
[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중국 녹지그룹의 자회사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녹지제주)가 5일 ‘외국 의료기관 개설 허가 조건 취소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앞서 녹지제주는 ‘외국 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리한 바 있는데, 제주도를 상대로 ‘연전연승’을 한 것이다.
 
개설 허가 및 개설 조건 취소 소송 등에서 승리했다고 하더라도 녹지제주는 녹지병원 건물과 토지 소유권 등을 국내 주식회사에 넘겼기 때문에 실제 병원을 운영할 능력이 없지만, 해당 판결이 향후 영리병원 허가에 길을 열어준 것이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법 전문가들은 “법원 판단이 이례적”이라고 평가하면서 ‘국내 의료기관 차별’ 등을 이유로 영리병원 허가 가능성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5일 법조계·의료계에 따르면 제주도-녹지제주 간 소송은 허가 취소 처분과 허가 조건 취소 처분 등으로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지난 2019년 4월 청문 절차를 거쳐 제주도 녹지제주 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하자, 같은 해 5월 녹지제주는 도를 상대로 외국 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서 대법원은 지난 1월 13일 녹지제주 측의 손을 들어줬다.
 
그리고 이날 제주지법 행정1부는 녹지제주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 의료기관 개설 허가 조건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해당 소송은 제주도가 지난 2018년 12월 5일 녹지제주에 대해 내국인 진료를 제외한 ‘조건부 허가’를 내면서 촉발됐는데, 이에 대해 녹지제주측은 의료법의 진료 거부조항 및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에 ‘내국인 진료 제한’ 내용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비록 1심이지만 제주도는 녹지제주와 두 건의 소송에서 연달아 패소한 것이다. 단 제주도는 “판결문 검토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양한 법 전문가 해석… ‘이례적’ 판결·대응 전략 ‘잘못’
 
외국 의료기관 개설 허가 조건 취소 청구 소송에서 녹지제주측의 손을 들어준 법원의 판결에 대해 법 전문가들은 판결문을 검토하기 전을 전제하면서도 다양한 해석을 내놨다. 특히 법원의 판결이 이례적이라는 견해와 제주도측의 대응 전략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우선 이례적 판결이라는 견해다. 녹지제주는 지난 1월 19일 병원 건물과 토지 소유권을 국내 법인 주식회사 디아나서울에 넘겼다. 쉽게 말해 법원은 판단과 관계없이 병원을 운영할 여건이 안 된다는 뜻이다.
 
법원은 보통 소송으로 얻을 이익이 적을 경우 판결을 내리지 않고 각하한다.
 
최종원 법무법인 서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특이하다고 보는 이유가 녹지제주는 이미 녹지병원을 매각했다”며 “어떤 이유로 내국인 진료 제한 취소 등 소의 이익이 있다고 판단한 것인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제주도의 대응 전략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제주도측이 각하 요청을 한 것과 관련해 최 변호사는 “제주도에서 소의 이익이 없을 것으로 보고 대응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영리병원과 관련해 시민사회단체에 자문한 경험이 있는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 실행위원(변호사)은 소송 전략에 대해 지적했다. 이 실행위원은 “영리병원 개설 조건으로 내국인 진료 제한 내용을 담은 사업계획서를 제안한 것은 녹지제주였다”며 “이 부분을 쟁점으로 부각했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법원 판결문이 공개되기 전이기 때문에 이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답변이다.
 
의료계·시민단체 “영리병원 길 열려” vs 법 전문가 “위헌 요소”
 
법원의 이 같은 판결에 대해 의료계와 시민단체도 한 목소리로 “영리병원 설립의 길이 열렸다”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제주지방법원의 판결과 더불어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하려는 지자체의 정책방향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해당 판결을 기존 의료법을 뒤집고, 영리병원을 합법화 하는 초석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리병원 도입은 대형 자본 투자로 이어지고, 결국 의료는 이윤창출의 도구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의료제도와 의료시스템 전반에 있어 이윤만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변화해 치명적 위해를 끼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부연했다.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 운동본부도 “앞으로 국내 모든 영리병원에서 내국인 진료를 할 수 있게 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일부 법 전문가도 영리병원 허용이 특별법 하에서 이뤄진다는 점, 나아가 특별법 자체의 위헌 요소를 들어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국내 모든 의료기관이 적용을 받는 의료법에서 영리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제주도특별법에 따라 영리병원이 허용된 것이고, 이의 확대는 ‘내국인 차별’ 등에 대해 위헌적 요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실행위원은 “제주특별법 등 특별법이 두 개가 있는데, 이에 의해 (영리병원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탈법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특별법에 의해 의료법을 배제하는 조항 자체가 내국인 차별 등 위헌적 요소가 있음에도 강행한 것”이라며 “국내 의료기관이 비영리 규제를 받으면서 의료법 적용을 받고 있는데, 영리병원만 하게 해주는 것이 말이 되나”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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