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현재 고사 위기에 처해 있는 산부인과를 살리기 위해서는 ‘수가’ 보다도 시급한 것이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산부인과 병·의원 등에 민·형사상 소송이 증가하고 있는데, 원고들의 입장이 비상식적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재판부의 ‘동정표’가 추가되면서 산부인과에 대한 기피현상이 더 심해졌다는 이야기다.
이와 함께 양 산부인과의사회 간 통합이 사실상 요원해진 점에 대한 아쉬움도 나왔다.
3일 서울 소재 스위스그랜호텔에서 열린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제13차 춘계학술대회 간담회에서 이 같은 목소리가 팽배했다.
우선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이다.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외과계열과 마찬가지로 산부인과도 소송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황이 아니다. 나아가 외과의 경우 내과적인 체질은 물론 수술 시 위험성 등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을 하고 동의를 받지만, 산부인과는 급작스런 상황 발생이 많기 때문에 어렵다는 설명이다.
특히 모성 사망이 ‘0’이 될 수 없는 상황에서 의사들에게 책임을 물으려는 추세가 강하다고 한다.
김재유 신임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타 외과에서는 수술을 진행할 때 내과적인 체질이나 수술 자체에 대한 위험성 등 부작용을 설명 한다”며 “산부인과에서는 아이의 심장이 잘 뛰고, 문제가 없었는데 갑작스런 상황이 많다. 이 경우 ‘너희들의 과실이다’는 논리”라고 지적했다.
김동석 前 회장도 “산부인과는 분만이 응급일수도 아닐 수도 있는 애매한 상황”이라며 “산모가 수술에 들어가는 경우 10만명당 0.7명이 모성 사망하는데, 우리나라도 한해 20명 이상은 사망할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일본은 뇌성마비, 태아 사망 등 국가가 책임지고 있다”며 “그런 시스템을 도입해야 산부인과 몰락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의료사고분쟁조정특례법으로 인해 분만 인프라가 가시화됐다는 증언도 있었다. 산부인과 현장에는 불합리한 법과 행정만 남았다는 부연이다.
오상윤 총무이사는 “의료사고분쟁조정특례법 5~10년 후 분만 인프라가 붕괴되고, 산부인과에서는 신규 의사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견했었다”며 “실제 전공의 100% 충원도 안 되고, 비인기과로 전락된 지 모래다. 지원한 전공의 10% 정도는 몇 년 있다가 나간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5~10년 후에는 분만 인프라 붕괴된다. 보건복지부가 공공인프라 포함여부를 검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유 신임 회장 “양 의사회 통합되면 회장직 사퇴”
한편 김동석 전 회장과 김재유 신임 회장 대한산부인과의사회와 통합이 무산된다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 신임 회장은 양 의사회 통합이 진행된다면 “당장이라도 사퇴가 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산부인과 통합이 큰 이슈이고, 꼭 이루고 가고 싶었다”며 “최대집 전 의협 회장 집행부 시절에도 안 되고, 학회 등에서도 노력했지만 좌절됐다”며 “모든 산부인과의사회 회원들 투표와 선(先)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해산 등 요구가 대립했다”고 전말을 설명했다.
이어 “통합을 이루지 못 하고 직을 떠나는 것에 대해 송구하다”고 몸을 낮췄다.
김 신임 회장도 “양측 의사회 통합은 언제든 찬성”이라며 “내일 통합한다고 하면 사퇴할 것”이라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