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이 100주년을 맞는 오는 2028년에는 제4병원이 완성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할 계획입니다.”
개교 116년만의 첫 강남 진출을 알린 고영캠퍼스, 백신주권을 고대하며 오픈한 메디사이언스파크 등 의미 있는 확장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고대의료원이 이번엔 제4병원 설립에 나선다.
단순한 외연 확장이 아닌 세계 초일류 의료기관으로의 도약을 위해 연구, 진료, 교육이 균형을 이루는 조직체계를 갖추는 게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고대의료원의 야심찬 도약 프로젝트는 김영훈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연임으로 탄력을 받게 됐다. 법인 역시 ‘초일류 KU Medicine’을 위해 18년 만에 의료원장 연임 결정을 내렸다.
김영훈 의료원장은 지난 2년 동안 청담동 고영캠퍼스와 정릉 메디사이언스파크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통해 도약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최근 연임을 확정했다.
지상 10층, 지하 5층에 연면적 1405평의 고영캠퍼스는 미래의학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혁신적인 도전과 탐구들이 이뤄질 전망이다.
고려대의료원이 개발한 클라우드 기반의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을 활용한 영상검사 데이터 분석과 연구가 바로 고영캠퍼스 의료영상센터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서울 성북구 소재 7150평 대지에 위치한 메디사이언스파크는 신종 감염병 시대에 대처하고자 조성된 최첨단 헬스케어 융합 플랫폼으로, 의료원 행정체계가 최근 이 곳으로 이전했다.
백신 및 신약 개발에 나서는 것은 물론 나아가 미래 먹거리 산업인 바이오 메디컬 분야를 이끌어가는 혁신 연구기지로 자리한다는 계획이다.
대표시설로는 지난 8월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사재 100억원을 전달한 뜻을 기리고자 명명된 ‘정몽구 백신혁신센터’가 자리한다.
안암, 구로, 안산 등 의료원 산하 3개 병원에 고영캠퍼스와 메디사이언스파크까지 총 5개 기관을 보유하게 된 고대의료원의 확장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덕소농장 개발 기대감 vs 역사적인 강남 진출
내년 부지 선정, 2027년 개원 목표로 준비하고 시작 500~600병상 최종 2000병상
"의대 100周 되는 2028년 완성"
제4병원 건립은 이미 내부적으로 확정된 상태로, 현재 의료원은 수도권 인근 지자체와 논의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부터 여러 지자체들이 고대의료원 유치 경쟁을 벌였고, 의료원은 최근 최종 후보지로 경기도 남양주시와 과천시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8월 승인한 남양주시 왕숙지구의 경우 가장 현실성이 높다는 평가다. 일단 해당 지구가 개발되면 남양주시 인구가 100만명을 넘을 전망이어서 시장성은 충분하다.
특히 남양주에는 오랜기간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고려대학교 덕소농장이 자리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대학병원 유치 조건으로 덕소농장 개발 허가가 이뤄질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남양주시 입장에서는 유명 대학병원을 유치할 수 있어 좋고, 고려대학교 입장에서는 덕소농장 개발을 통한 또 다른 도약을 모색할 수 있다.
최근 고려대학교와 남양주시의 업무협약도 맥을 같이 한다는 분석이다. 양측은 고대 덕소농장을 활용한 시민 대상 농‧생명 분야 교육 및 활동을 포함한 지역 상생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경기도 과천시 역시 제4차 병원으로는 매력이 충분하다. 위치 상으로는 사실상 서울 강남에 해당하는 만큼 강북에 집중돼 있는 산하 병원을 강북으로 확산시킬 기회다.
과천시는 최근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단계적 집행계획 수립과 함께 종합 의료시설 유치에 나서는 등 미래지향적인 도시 구축을 위한 잰걸음 중이다.
실제 김종천 과천시장은 최근 김영훈 의료원장을 만나 의료바이오 클러스터 조성 등 종합 의료시설 유치·구축 협력체계 구성 등을 논의했다.
김 시장은 과천시의 개발 현황 등을 설명하고, 병원시설 유치 계획 등과 관련해 의료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상호협력을 요청했다.
그는 “과천시가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의료바이오 클러스터 조성과 고대의료원의 비전이 상당히 많이 부합한다”라며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앞서 과천시는 지난 1월 고대의료원과 ‘과천시 의료시설·바이오 산업의 육성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김영훈 의료원장은 “현재 제4차 병원 건립 부지를 놓고 남양주와 과천시와 조율작업 중”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최적의 입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가시적인 결과를 도출하고 내년 중 최종 부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기회를 놓치면 제4병원 건립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는 만큼 속도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4병원 건립은 부지 매입과 건축, 의료장비 등 총 1조원 이상이 소요되는 대형 프로젝트로, 2028년 의과대학 100주년 전에 개원이 목표다.
그는 “300~500병상 정도로 출발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2000병상 이상 규모를 염두하고 준비할 것”이라며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의료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의료 SKY 벨트 조성
대한민국 의료, 나아가 인류에 기여할 성과 도출
공동연구‧공동실험 등 경쟁 아닌 협력 지향
고려대학교의료원의 위상은 비단 외연 확장에만 맞춰져 있지 않다. 서울대학교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한국의료를 이끌어 온 두 병원들과 더 큰 미래를 구상 중이다.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 일명 ‘SKY’는 국내 명문대학의 고유명사로 통용될 정도로 늘 절대적인 존재감을 과시해 왔다.
하지만 의과대학 만큼은 ‘SKY’ 공식이 성립되지 않았다. 서울의대와 연세의대는 유구한 역사와 함께 국내에 서양의학을 꽃을 피웠던 반면 고려의대는 후발주자의 한계를 절감해야 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고려의대는 양적, 질적 동반성장을 이루며 위상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그 위상과 역할을 대외적으로도 인정받으며 한국의료의 주축으로 자리매김 했다.
달라진 위상은 고대의료원 김영훈 의료원장과 서울대병원 김연수 병원장, 연세의료원 윤동섭 의료원장의 3자 회동에서도 확인됐다.
최근 마련된 회동에서 이들은 일명 ‘SKY 벨트 조성’ 필요성에 뜻을 같이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서울 강북에 위치한 3대 SKY 의과대학 병원들이 뭉치면 대학민국 의료, 나아가 인류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었다.
이를 위해 각 병원의 인프라를 공유함과 동시에 공동연구, 공동실험 등 시너지를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영훈 의료원장은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의료 분야에서는 서울대와 연세대 대비 고려대가 약했던 게 사실이지만 이제는 역량과 위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이 아닌 협력을 위한 SKY 벨트를 조성해 의미 있는 결과물을 도출해 낼 것”며 “백신 개발은 물론 영역을 제한하지 않고 다각적인 협력을 도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