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제주특별자치도가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조건부 허가 취소를 결정하면서 그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제주도는 향후 헬스케어타운 기능 정상화 방안을 찾기 위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녹지그룹·복지부 등과 협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도(島)의 녹지국제병원 허가 취소 결정에 대해 녹지그룹·JDC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 하고 있다.
17일 녹지그룹 관계자는 데일리메디와의 통화에서 “문대림 JDC 이사장이 장옥량 녹지그룹 총재를 만나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와 관련해 녹지그룹·JDC·제주도·중앙정부 등과 소통을 강화해 공사를 조속히 재개하는 방안을 찾아야한다고 했는데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문 이사장과 장 총재 간 면담이 있은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제주도가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허가 취소를 결정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녹지그룹 관계자는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투자도 상당 부분 이뤄진 만큼, 정당한 이익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녹지그룹 측은 공사비 778억원을 포함해 10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이 있음을 제주도에 전달한 바 있다.
JDC도 당황스러운 모습이 역력하다. 불과 일주일 전 조직의 수장이 녹지그룹 총재를 만나 녹지국제병원을 포함한 헬스케어타운의 조속한 공사재개를 언급했다는 점과 승인·허가 등 과정에서 문제가 없다는 인식 등이 이를 방증한다.
JDC 관계자는 “외국 의료기관 자체가 법적 기반이 마련돼 있어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봤고, 녹지국제병원도 적법한 절차를 거쳐 복지부 승인 및 제주도의 허가를 받은 것”이라며 “개설허가 취소는 생각한 바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JDC는 헬스케어타운 부지 내에 국내 의료기관 유치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헬스케어타운 부지 내에는 외국 의료기관 뿐만 아니라 국내 의료기관 부지도 있으며, JDC는 “국내 의료기관을 유치할 경우 외국 의료기관 유치는 필요 없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내국인 진료→허가 취소, 제주도 “재허가 요청 시 검토 필요”
한편 기존에 녹지국제병원 측이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내국인 진료제한’ 행정소송에 앞서 ‘허가 취소’에 대한 소송이 먼저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내국인 진료제한 행정소송은 허가를 전제하는 것인데, 허가 취소로 전제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녹지국제병원이 허가 취소와 관련한 행정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도 어려워져 ‘이론적으로는’ 병원 측이 제주도에 병원 개설허가를 재요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녹지국제병원으로서는 투자금을 회수할 방법이 병원 운영 말고는 없는 탓이다.
최종원 법무법인 서로 변호사는 “제주도가 정치적인 부담을 안고 재허가를 결정할지는 의문”이라면서도 “허가 취소 행정소송에서 패소한다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에서 이기기도 어렵기 때문에 재요청 가능성이 ‘이론적으로는’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제주도가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에서 JDC·녹지그룹·복지부 등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란 평가다.
이와 관련, 제주도 관계자는 법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표하면서도 재허가 요청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제주도 관계자는 “일어나지 않은 사실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재허가 요청이 온다면) 법원의 판단에 따라 검토해서 진행할 사안”이라고 답했다.
이런 경우도 아니면 녹지국제병원이 국내소송을 포기하고,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활용한 국외소송으로 눈을 돌릴 수도 있다.
송기호 수륜아시아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문제는 녹지국제병원이 국내 행정·민사소송 등을 취하하고 ISD로 갈 가능성”이라며 “이 경우 투자에 이르게 된 과정에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중요하게 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