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지난해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관련한 대한병원협회 행보에 극도의 반감을 표출했던 대학병원들이 결국 별도 단체를 설립했다.
회장 교차출마 이후 봉합된 듯 보였던 대학병원과 중소병원 간 갈등이 다시금 시작됐다는 분석과 함께 절반의 임기가 남은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회장에게도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병원계에 따르면 국립대학병원협회, 사립대의료원협의회, 대한사립대학병원협회 등 3개 단체는 최근 ‘대한대학병원협의회’ 창립총회를 열고 본격적인 출범을 알렸다.
초대 회장으로는 서울대학교병원 김연수 병원장이 추대됐다.
대한대학병원협의회 태생은 지난해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을 둘러싼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회장과의 갈등이 결정적 단초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당시 대학병원 원장들은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에 동조하는 정영호 병협회장의 행보에 강하게 반발했고, 대학병원 소속 임원들의 줄사퇴로 이어졌다.
특히 사립대의료원협의회와 사립대학병원협회 등은 정영호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극한 대립 상황이 전개됐다.
정영호 회장은 해당 사태에 대한 ‘사과문’을 내고, 대학병원과의 갈등 봉합을 위해 ‘정책현안 비상 특별위원회’와 ‘조직 발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대학병원 원장들은 지나치게 중소병원에 치중된 대한병원협회 회무 운영에 우려를 나타내며 대학병원들의 세(勢) 규합 필요성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대한사립대학병원협회 김성덕 회장을 필두로 중소병원 중심의 병원협회를 견제할 별도 단체 설립이 추진됐고, 수 개월의 준비 끝에 지난 3월 19일 대한대학병원협의회를 출범시켰다.
대한대학병원협의회 김연수 초대 회장은 데일리메디와의 전화통화에서 “임기제인 대학병원장이 자주 바뀌다 보니 오너 중심의 중소병원 기반으로 병협이 운영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총파업 사태 등에서 불거졌던 상황에 대학병원들 우려가 컸다”며 “주요 의료현안에 대한 대학병원들의 공동대응을 위해 협의회가 설립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한병원협회에 대한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김연수 회장은 “병원협회와 대립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은 오해”라며 “협의회는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대학병원들의 결집”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사실 대한의사협회는 신뢰를 잃었고, 대한병원협회는 역할 대비 존재감이 크지 않은 만큼 대학병원들이 해결책을 제시할 보건의료 현안이 적잖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