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사립대학교병원들의 의약품 수의계약 체결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제26조 제1항 제5호)은 2000만원을 초과하는 물품 구매 등에 대해 일반경쟁에 부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특정업체와 계약한 것이다.
이 같은 행위는 의약품 구매단가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에는 환자와 건강보험재정에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데, 경희대의료원과 건양대병원 수의계약 규모는 각각 약 1114억원, 약 555억원에 달했다.
교육부는 31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경희학원 및 경희대학교, 건양교육재단 및 건양대학교 종합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의약품 수의계약이다. 경희의료원은 지난 2017년부터 2018년 12월까지 4건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는데, 규모가 1113억8707만원에 달했다.
경희의료원은 2017년 6월 28일 49%의 지분을 가진 A사와 수의계약 네 건을 체결했으며 이를 통해 경희학원 사업체는 2018년까지 누적이익 60억원 중 29억4000만원을 배당 받았다.
수의계약으로 인한 피해는 환자와 건강보험재정에 미쳤다. 경희의료원이 기존 의약품 공급업체로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고시 보험상한가의 약 87% 수준(2017년 기준)으로 납품받던 구매단가는 A사로 변경되면서 약 99% 수준(2018년 이후)으로 상승했다.
이 때문에 경희의료원은 심평원이 보험상한가보다 저가로 의약품을 구매한 기관에 연 2회 지급하는 장려금도 전년 대비 6억원 적게 수령했다.
경희의료원은 한의약품에 대해서도 2017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네 건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는데, 규모는 90억원이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학교법인 경희학원 3명 경고, 경희의료원 4명 경징계, 5명 문책 등의 처분을 내리고, 별도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건양대병원도 2017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총 58건·554억6460만5000원 규모의 수의계약이 있었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경징계 3명, 경고 11명 등 처분을 내렸다.
교육부 관계자는 건양대병원이 검찰 수사의뢰 처분을 받지 않은 것에 대해 “해당 병원의 경우 단순히 수의계약을 했다는 정도만 나왔는데, 경희의료원은 수의계약으로 인해 저가구매장려금을 받지 못하는 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손해를 끼쳤다”며 “나아가 A사는 경희학원 사업체에 배당을 주는 등 관련 배경이 더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국감에서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심평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의약품공급내역 보고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상급종합병원에 납품하는 일반 도매업체는 3.5%의 수익을 낸 반면, 같은 기간 병원이 49%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도매업체 수익은 1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들은 의약품을 제약사로부터 직접 납품받기도 하지만 의약품 관리 어려움 등을 이유로 중간 도매업체를 거치고 있는데, 병원이 49% 지분을 보유한 도매업체와 수의계약으로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것이다.
병원과 수의계약을 맺은 도매업체들은 제약사에 싼 값에 약품을 공급 받고, 병원에는 비싸게 팔아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