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추진됐던 서울재난병원 설립이 잠정 보류됐다. 일단 서울시장 선거 이후 재논의될 전망이다.
병원계에 따르면 서울특별시와 서울대학교병원은 30일 재난병원 설립 추진을 잠정 보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지난 1월 업무협약을 체결한지 2개월 18일만이다.
다만 양측은 이번 결정이 재난병원 설립 무산이 아닌 보류임을 분명히 했다. 부지나 설계 등 모든 준비가 돼 있는 만큼 언제든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서울시와 서울대병원이 지난 1월 12일 체결한 업무협약서에는 ‘1년’이라는 기한이 명시돼 있어 설립 계획이 전면 백지화 됐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
조영민 서울재난병원 개원준비단장(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은 30일 “여러 상황을 고려해 재난병원 설립을 잠정 유보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코 재난병원 설립 포기나 백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무리하게 서두르기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재난병원 설립 보류 배경에는 확진자수 정체와 백신접종 시작 등 여러 상황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업무협약 체결 당시만 하더라도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정점에 달하면서 병상 부족 문제가 심각했지만 이후 확진자수가 안정세를 찾으면서 현재 치료병상에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2월 말부터 코로나19 백신접종이 본격 시작되면서 집단면역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점도 반영됐다.
무엇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가장 큰 원인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중요 의사결정을 내리기에는 부담이 적잖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조영민 단장은 “새로운 시장이 선출되면 재난병원 설립에 탄력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일단 재논의 시점은 시장선거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대병원은 시간에 쫒겨 부랴부랴 가건물 형태로 짓기보다 상황이 안정된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제대로된 병원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당초 서울재난병원은 음압시설 등을 갖춘 모듈형 중증환자 전담병상이 48개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었다. 한 달 남짓 만에 병원을 설립해야 했던 만큼 가건물 형태가 유력했다.
하지만 잠정 보류 결정이 내려진 만큼 궤도를 전면 수정해 가건물이 아닌 콘크리트 구조의 제대로된 병원으로 업그레이드 시킨다는 복안이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일반병상 96개로 전환키로 했던 계획도 단순한 병상 증설이 아닌 감염병 교육센터 기능 강화 쪽으로 방향을 재설정했다.
한편, 서울재난병원은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예정 부지였던 서초구 원지동 종합의료시설 부지 1만9720㎡에 3월 말 개원 예정이었다.
서울시가 설치에 필요한 부지를 한시적으로 무상 제공하고, 서울대병원이 설립을 담당해 비용과 의료진을 부담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