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코로나
19 사태가 사실상 방역체계 통제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의료계의 초반 대응 필요성을 간과한 정부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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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사태 초기 전문가 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수차례에 걸쳐 중국인 입국 전면 금지와 위기단계를 ‘심각’으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경고했음에도 귀담아 듣지 않은 결과라는 지적이다.
실제 대한의사협회는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 20일부터 대구‧경북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월 18일까지 총 6차례의 담화문을 통해 정부의 보다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의사협회는 지난 달 26일 첫 담화문을 발표했다. 국내에서 3번째 환자가 발생한 날이었다.
당시 의협은 “이제는 수동적인 대응이 아닌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중국인에 대한 전면적인 입국 금지 조치와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별진료가 가능한 보건소는 이번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일반진료를 중단하고 선별진료 및 이와 관련한 대국민 홍보와 안내에 주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30일 두 번째 담화문에서도 대국민 담화에서도 효과적인 검역관리를 위해 중국발 항공편의 단계적 제한 및 중단조치와 같은 적극적 대책을 주문했다.
확진자가 12명으로 늘어난 지난 1일에도 해외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감염 위험이 높은 국가 혹은 지역으로부터의 입국 제한 또는 중단과 검역 강화를 권고했다.
특히 의협은 이미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됐다며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4일 네 번째 담화문에서는 “정부가 발표한 조치만으로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에 여전히 부족하다”며 “보다 강력한 방역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역 외적인 요인을 고려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치면 가장 중요한 국민의 생명을 잃을 수 있다”며 “더 늦기 전에 중국 전역에 대한 전방위적인 차단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6일 5차 담화문에서는 코호트격리병원 필요성도 제안했다.
의협은 “현재로서 이번 사태를 막을 최선의 방법은 일부 국공립병원을 감염환자 만 진료하는 코호트격리병원으로 지정해 지역사회 혹은 일반병원에서 분리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치료에 효과를 나타내는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 혼합제제, 인터페론을 비롯한 잠재력 있는 항바이러스제제의 충분한 확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구‧경북 사태가 터지기 직전까지도 의협의 우려는 계속됐다.
18일 6차 담화문에서는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재검토해야 한다”며 “지역사회 전파가 본격화 되는 지금이 입국 제한으로 위협을 줄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읍소했다.
하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었다. 중국인 입국자 수가 평년의 20% 수준으로 떨어졌고 특별검역을 통해 관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또한 입국 금지를 확대하면 우리 국민의 중국 입국도 막힐 수 있다는 점, 최근 해외 감염 유입 사례가 없었던 점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전문가 단체인 의협의 주장과 읍소를 끝까지 간과했고, 결국 대구‧경북 사태로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위기 대응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시켰다.
정부는 감염병 위기 경보를 심각으로 올리면서도 입국 금지를 확대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본부장은 “최근 들어 해외 유입이 확인된 사례는 없다”며 “주로 보고되는 환자들 모두 신천지교회와 관련된 사례들”이라며 입국 제한 조치에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의협은 중국인에 대한 이미 골든타임은 지나갔지만 지금이라도 전면적인 입국 금지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데일리메디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왜 이렇게까지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국민 생명이 걸린 문제에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다”고 일침했다.
이어 “1월 말이나 2월 초에라도 입국 금지 조치를 했다면 대구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며 “국내 상황을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코로나19 사태 초반부터 중국발 항공편과 중국 방문 여행객에 대해 각각 초강수를 뒀던 이탈리아와 미국의 현재 상황은 확연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탈리아는 확진자가 150명을 넘고 4명이 숨진 반면 미국은 확진자 35명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