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백병원을 소유, 운영 중인 학교법인 인제학원 前 이사장과 백병원 前 거래업체 대표 간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12일 인제학원과 백병원에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흘렀다. 전날 검찰로부터 서울 인제학원 본부 총무팀과 부산백병원, 해운대병원을 압수수색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검찰은 인제학원 백낙환 전 이사장과 특수관계에 있는 I업체 전 대표 박 모씨를 횡령, 배임 혐의로 구속했다.
이번 사건의 불씨는 지난 2014년 교육부의 회계감사였다.
당시 교육부의 ‘학교법인 인제학원 회계부분감사결과(감사기간 2014년 5월 19~28일)’에 따르면 부산백병원, 해운대백병원 2곳의 식당 임대차계약을 ‘특수관계’에 있는 I업체와 시세보다 싸게 수의계약으로 체결했고 이로 인해 학교 측은 177억 9092만원의 손실을 입게 됐다. 병원의 의료장비 계약 역시 리스방식의 수의계약으로 이뤄졌고, 8억8951만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I사는 백 전 이사장, 그의 아내와 자녀 2명 등 백 씨 일가가 전체 지분의 약 84%를 소유하고 있는 사실상 가족회사다.
사립학교법 상 5000만 원 이상의 사업은 모두 공개입찰을 해야 한다. 교육부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재단이 병원 측에 186억원을 배상할 것을 요구하고, 백 전 이사장의 선임을 취소할 것을 요청했다. 이후 교육부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 부산지검은 특수부로 사건을 배당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 수사의 핵심 쟁점은 백 전 이사장과 I사 박 전 대표가 특수관계 업체를 통해 불법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여부다. 박씨가 병원에 물품을 납품한 뒤 입금하지 않은 대금이 백 전 이사장 측으로 흘러간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또 박 씨는 병원 내 부대시설을 지인이 운영하도록 돕는 대가로 이익금을 나눠 가지는 방법으로 수억 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부산지검은 다음 달 경 이번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재단과 병원 내부도 위축된 모습이 역력했다. 부당거래 의혹의 중심에 있는 퇴직자들이 남긴 파장으로 인해 재단과 병원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다.
인제학원 및 백병원 관계자는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어떠한 언급도 조심스럽다. 다만 우리로서도 난처한 게 사실이다. 백 전 이사장은 재단에서 떠났고 병원과 I업체와의 계약관계도 끝났다. 이번 사건은 I 업체와 전 이사장 일가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 재단과 병원 경영진과는 무관한 일”이라면서도 “사건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검찰의 자료 협조 요청 등이 있을 때마다 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 수사 과정이 알려지면서 신뢰를 기반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기관 이름이 함께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수사가 종결된 뒤에야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