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지난해 미국식품의약국(FDA) 조건부 승인을 받은 이래 논란이 끊이지 않던 알츠하이머 신약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 바이오젠)’에 대한 긍정론이 국내 신경과 교수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아직까지 아두카누맙의 임상적 효과 및 부작용에 대한 의견은 분분한 상태다. 그러나 정식 승인을 위한 임상시험이 남아있고 가격 문제만 해결된다면 국내서도 치료 수단으로 시도해보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최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대한치매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의 새로운 희망인가’를 주제로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좌장은 박기형 교수(가천대 길병원)가 맡았으며, 이재홍(서울아산병원)·양동원(서울성모병원, 온라인 참석)·김상윤(분당서울대병원)·이애영(충남대병원) 교수가 패널로 참석했다.
우선 이재홍 교수는 FDA 조건부 승인에 제기되는 의문점들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승인은 전향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임상시험 주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승인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찜찜한 구석이 있다”면서도 “알츠하이머 완치 신약이 요원해보이니 FDA가 의료계 역풍을 각오하고 수용한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까지 관련 신약에 적용한 엄격한 잣대를 보면 승인받기 쉽지 않았다”며 “임상 2건 중 1건은 효용 입증에 실패했지만 바이오마커 감소가 있었다. 이 개선이 임상 효과로 이어지는 것은 두고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아두카누맙이 부른 알츠하이머 신약에 대한 관심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이 교수는 “FDA 승인이 아니었더라면 지금처럼 알츠하이머 치료제에 대한 관심과 투자도 떨어져 빙하기를 겪고 있을지 모른다”며 “완벽하고 이상적인 약제는 아닐지라도 희망을 열어준, 이른바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같다”고 평가했다.
양동원 교수는 “고용량 투약 후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타우 단백질이 지속 감소하는 것은 흥미롭다”며 “아밀로이드 제거 효과는 인정하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국내 도입되면 전제조건 마련될 경우 환자에 사용 검토”
현재 아두카누맙은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효과 불충분·부작용 등을 이유로 불승인을 받고 미국에서도 최근 아두카누맙의 보험 적용 대상이 제한됐다.
상황은 이러하나 아두카누맙에 대한 논의가 기존 효능 논란 면에서 국내 도입 후 의료계 대비책을 제시하는 단계까지 확장된 것으로 보인다.
부작용·높은 가격 등을 감수하고도 치료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따져보고 투약이 적합한 환자를 선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애영 교수는 “고용량 군에서 40% 이상 환자가 ARIA(뇌부종)를 경험했다. 투약기간·횟수에 따른 관찰이 필요하다”며 “기존 연구에 아시아인도 별로 없고, 전반적으로 공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윤 교수는 “지금의 ‘5분 진료’로 환자들에게 전부 설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엄격히 모집된 임상참가 환자와 실제 임상 환경의 환자군 특성은 다를 수 있어 투약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패널들은 아두카누맙의 사용 여부를 “현장 임상의들 판단에 맡기겠다”면서도 본인들은 사용할 의지가 있음을 밝혔다.
이재홍 교수는 “연간 투약 비용이 6000만원 이상에서 현재 3000만원 정도로 내려왔다.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합리적으로 책정되면 환자들을 잘 선별해 권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윤 교수는 “더 많은 데이터와 결과가 축적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양동원 교수도 “많은 문제가 남아있지만 이 약으로 어떻게 하면 환자를 더 좋은 쪽으로 치료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약이 도입됐을 때, 문제 발생 시 적용할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보탰다.
이애영 교수도 “지금 다른 약물들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는데, 아두카누맙 승인을 통해 이런 계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학회 측은 이날 토론에서 제시된 의견들은 치매학회 공식 의견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박기형 교수는 “학회 공통 입장으로 보기에는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은 상태”라며 “우리나라에 아직 약(藥)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 입장을 내기엔 섣부르다. 추후 가이드라인 정도는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