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한 뇌기능 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급여 축소 취소 소송에서 패배했다.
해당 품목의 매출 규모가 상당히 커 제약사들은 항소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급여 재평가 결과에 불만을 가진 제약사들도 이번 소송 결과를 고려해 전략을 모색할 방침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종근당 외 46개 제약사가 제기한 건강보험약제 선별급여적용 고시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0년 8월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환자가 콜린알포세레이트 약제를 사용할 경우 약값 부담률을 30%에서 80%로 상향하는 새로운 급여기준 개정고시를 발령했다.
제약사들은 복지부의 선별급여 적용이 부당하다며 '급여 축소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종근당 외 46개 제약사와 대웅바이오 외 38개 제약사로 나뉘어 각각 로펌을 선임해 이뤄졌다.
이중 종근당 외 제약사 46곳이 공동 진행한 소송에서 패소 판결이 났다. 대웅바이오 외 38개 제약사가 함께 한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다.
재판부는 정부의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선별급여 조치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제도 취지가 정당하며 절차적 하자도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제약사 관계자는 "급여 축소 결정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과 반대되며, 고령화 등으로 치매 환자가 증가하고 있어 치료제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가 높은데도 약가 부담을 늘리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대웅바이오가 주축이 돼 진행하는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이번 재판 결과가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며 "환수 협상 관련 소송 결과까지 더하면 사실상 제약사들에게 불리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제약사들은 급여 축소 취소소송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과학적 효과를 증명하기 위한 임상시험도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복지부는 "임상시험을 통해 임상성 유용성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그 기간 동안 정부가 지출한 보험 약가를 환수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제약사들에게 명령했다.
제약사들은 환수 명령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에 나섰다. 이 소송 역시 급여 축소소송과 비슷하게 종근당과 대웅바이오를 주축으로 각각 28개사가 팀을 나눠 소송에 참여했다.
종근당이 주축이 된 행정소송은 지난 2월 각하 판결이 나왔다. 항소에는 10곳 정도만 참여했다.
동일한 판결을 받은 대웅바이오는 항소를 포기했다. 1심 전 이미 26개사가 소(訴)를 취소했기 때문이다.
급여 재평가 결과와 관련된 행정소송에서 제약사들이 잇달아 패하자, 작년과 올해 재평가 결과를 받고 부당하다고 여겨 소송을 고려 중인 제약사들은 심란하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부 결정이 부당하다고 생각되지만, 앞선 소송들이 잇달아 제약사들에게 불리하게 내려지면서 걱정이 크다"며 "나쁜 선례가 돼 이후 재판을 하는 업체들에게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