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살릴 수 있었는데 질식된 '재난 응급의료시스템'
앰뷸런스 150여대 출동했지만 현장 무질서 등 '골든타임' 사수 실패…"안타까운 자화상"
2022.11.01 06:01 댓글쓰기



사진제공 연합뉴스

“더 살릴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상황이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이태원 참사 당시 무려 150여 대의 앰뷸런스가 출동했음에도 쏟아지는 인파와 차량으로 제 때 현장에 도착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사고 발생 직후 국가 응급의료 컨트롤타워인 중앙응급의료센터를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재난의료시스템이 가동됐지만 현장의 무질서 탓에 ‘골든타임’ 사수에 실패했다는 얘기다.


김성중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은 데일리메디와의 전화통화에서 “이태원 사고 현장에서 모세의 기적은 없었다”며 “재난의료 시스템은 무질서에 질식당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앰뷸런스 진입 자체가 어려워 의료진과 구조대원들은 뛰어서 현장으로 가야 했다”며 “이미 심폐소생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참사 현장 지휘체계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사망자와 생존자를 경쟁적으로 가까운 병원으로만 이송시키다 보니 위급한 부상자가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속출했다.


김성중 센터장은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재난 상황의 경우 의료적 조치가 필요한 생존자 먼저 앰뷸런스를 통해 최대한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하는 게 극히 상식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고 현장에서 가장 인접한 순천향대서울병원에는 사망자와 생존자가 한꺼번에 밀려 들어와 응급의료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사망자 방치 논란과 관련해서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생명을 사수해야 하는 응급의료 관점에서는 이미 의학적 도움이 불필요한 사망자의 경우 후순위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응급의학에서는 재난 상황 발생시 별도 사체 수집소를 만들어 임시 안치토록 교육을 받는다”며 “긴급 후송 대상자는 사망자가 아닌 생존자”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유족이나 지인 입장에서는 가슴 칠 일이지만 긴박한 재난의료 상황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일각의 논란처럼 사망자들을 방치하진 않았다. 당시 사망자 수가 워낙 많다 보니 인근 다목적 체육관으로 옮기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우여곡절 끝에 모두 영안실에 안치했다.


김성중 센터장은 “냉장‧냉동시설도 갖추지 않은 체육관에 시신을 모아두는 것 자체가 방치”라며 “유족 입장에서는 더 공분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응급실은 물론 영안실 섭외에도 나섰다”며 “재난 상황에서 사망자 안치 등 전반적인 대응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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