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난제로 자리잡은 치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치매 전(前)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 관리를 위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동안 경도인지장애는 뚜렷한 치료제가 없어 의료적 개입이 검진 수준에 머물러 있었지만 최근 치료제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는 만큼 선제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3일 더불어민주당 최종윤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치매학회가 주관한 국회토론회에서 이 같은 전문가들 의견이 쏟아졌다.
이날 이찬녕 고려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의료 현장에서 체감한 경도인지장애 환자 관리 중요성을 언급하며 서두를 열었다.
경도인지장애란 치매가 되기 바로 전 단계를 말한다. 가족이나 주변 지인에게는 인지 장애가 드러나기도 하지만 일상 생활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치매라 볼 수 없는 단계다.
그러나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경우 매년 10~15%가 알츠하이머병 치매로 진행되기에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날 이 교수는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를 예방할수 있는 적기인 만큼 의료적 개입이 필요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경도인지장애는 그동안 효과를 나타내는 치료제가 없어 의료적 개입이 검진 수준에 머물러 있었지만 최근 미국 FDA 조건부 승인을 받은 치매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향후 2~3년 내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실제 국내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2016년 196만 명에서 2021년 254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 교수는 "2003년 이후 18년 만에 치매 치료제가 미국 FDA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증상완화가 아닌 발병기전을 중재하는 최초의 근본적 치료제로 2세대 항체 치료제도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부터 시작해 선제적인 치매 예방 및 관리를 위해 인지중재치료 및 항체 치료제 적용을 위한 국내 표준화, 진료지침 마련, 적절한 보험정책 등 인프라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매 상담료 및 인지중재치료 급여화 시급"
이날 최호진 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교수는 경도인지장애 환자 관리를 위해 치매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최 교수는 "치매 환자로 인한 사회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질환 진단과 증상 관리라는 의료적 개입이 필수적"이라면서 "경도인지장애 환자 중 치매 위험도가 높은 이들을 중심으로 의료적 개입을 통해 치매 발생을 줄인다면 근본적인 치매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도인지장애 및 치매가족 상담료 급여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먼저 그는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 환자 사례관리와 상담이 이뤄지지만 지역 사회 치매 환자 수를 감안할 때 한계가 있다"면서 "경도인지장애와 치매 환자 진단과 초기 관리가 이뤄지는 의료기관에서는 가족상담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 "초기 인지기능저하 환자의 경우 치매 예방을 위한 약물 치료와 인지중재치료가 중요하다"면서 "의료기관에서 적극적인 가족 상담이 이뤄지면 이러한 인지기능 저하 치료와 연계가 용이하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인지중재치료 급여화 필요성도 주장했다. 특히 치매상담료와 인지중재치료에 대한 급여화는 2016년부터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여전히 큰 진전이 없다는 게 최 교수 지적이다.
최 교수는 "경도인지장애 환자에게 시행되는 인지중재치료 치매 예방 효과는 뚜렷하지 않지만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면서 "인지기능 저하 환자가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급여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뇌 질환 디지털 치료제 전문기업 로완이 개발한 슈퍼브레인이 유효성을 보이고 있다.
최 교수는 "인지중재치료는 디지털 치료제 산업과도 연결될 수 있다면서 급여화는 의료는 물론 산업에서도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치매 연구 예산 확대도 영국과 유럽 모델을 차용해 왔지만 관련 예산이 너무도 부족했다"면서 "우리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치매 분야 연구 기반을 마련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