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통령의 시간이다. 차별로 고통받는 보건의료 약소직역 눈물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 법률 거부권을 행사해 의료 악법을 퇴출하는 데 힘써주길 바란다."
간호조무사, 의사, 응급구조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등 보건복지의료연대 3000여명이 연차를 쓰거나 단축근무를 하고 거리로 나와 간호법 및 의료인면허박탈법 철회를 외쳤다.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3일 오후 5시반부터 서울 국회의사당 맞은편 광장에서 더불어민주당 퇴출을 위한 400만 보건복지의료연대 규탄대회에 집결했다.
이날 서울은 물론 부산과 대구, 경북, 강원, 인천, 충북, 전북, 제주도 등 전국 각지에서도 규탄대회를 열고 대통령 거부권 행사 등을 요구하며 집회 및 가두행진을 벌였다.
간호조무사들의 경우 서울을 비롯해 전국 1만 여명이 연가 투쟁에 나섰다. 응급구조사들도 민간이송단 중 20%가 오후 연가로 동참했다.
500명 정도가 참여한 의사들의 경우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일부 단축 진료를 했으나 정상 운영하는 곳이 많아 환자들 불편이 적었다.
의료연대는 결의문에서 "간호법은 '간호사특례법'이자 '보건의료 약소직역 생존권 박탈법'"이라며 "민주당이 정부 중재안도 걷어차고 다수 의석을 앞세워 입법독주 폭거를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날 집회에는 단식 농성 중인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회장이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찾아 힘을 보탰다. 행사 도중 곽지연 회장은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호소문을 발표한 곽 회장은 "4월 25일부터 단식 농성을 시작해 오늘 9일째를 맞았다. 지난 2년간 입이 아프도록 말했지만, 민주당은 외면했고 간호협회는 '격이 안 맞다'며 대화를 거부했다"고 울먹였다.
이어 "우리가 원하는 것은 거창한 게 아니다. 간호사들처럼 의사가 못하는 부모돌봄을 우리가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반헌법적인 '고졸' 학력 제한을 없애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간호법 제5조제1항제1호는 위헌이다. 위헌 법률이기에 국회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한국판 카스트제도인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이 폐지될 때까지 단식한다"고 선포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도 "간호법은 특정 직역만의 이익을 대변하는 불합리한 법이다. 국민 건강을 위해 헌신하는 의료인들에게 과다한 처벌이 가지 않도록 의료인면허취소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회장은 "의료 악법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은 제발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오는 11일 2차 연가 투쟁을 진행하고, 17일 전면 연대 총파업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연대는 "정부와 정치권이 간호법 및 의료인 면허박탈법 철회 및 재검토를 논의하지 않는다면, 오는 11일 2차 연가투쟁에 돌입하고 17일 400만명 전면 연대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를 옥죄는 차별적인 의료 악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주길 바란다"며 "눈물로 호소하는 우리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라"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