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9일 세계 최대 논문 감시 사이트 ‘리트랙션 워치’는 박희남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에 대한 연세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본조사 결과를 전했다.
이 위원회에서 논의된 박희남 교수 논문 2건은 올해 1월 ‘연구부정행위’를 이유로 각 저널에서 철회됐다.
위원회는 최근 실시한 본조사에서 2건 중 1건이 실제 ‘부당한 중복게재’에 해당하는 연구부정행위를 범했다고 판단했다.
지난 2011년 국제심장학저널에 게재된 박 교수 논문이 2년 앞서 다른 저널에 게재된 논문과 실질적으로 유사하다는 한 내부고발자 제보를 인정한 것이다.
이처럼 국내 상당수 의학논문이 윤리적 문제로 철회되는 가운데, 그 수가 중국과 미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튀르키예 카흐라만마라쉬쉬트취이맘대와 카자흐스탄 남카자흐스탄의대 공동연구진은 리트랙션 워치의 데이터를 활용해 지난 2010년 1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윤리 위반으로 철회된 의학분야 논문이 총 177건인 가운데, 이 중 한국이 23건이라고 ‘대한의학회지’에 최근 보고했다.
한국보다 많은 의학논문이 철회된 국가는 중국(47건)과 미국(25건) 뿐이었다. 한국 다음으로는 이란(14건), 인도(12건) 순으로 많았다.
철회 사유로는 ‘윤리적 승인 문제’가 177건 중 6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문제는 해당 연구가 윤리위원회 승인을 받지 못했거나, 승인받았어도 명시된 연구 조건을 제대로 준수하지 못했을 때 발생한다.
그 다음으로 연구 참가자에 대한 사전동의 과정에 문제가 있거나 동료 검토가 허위로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 표절도 25건 있었으며 동일한 논문을 반복해 낸 경우도 11건 있었다.
연구팀은 “특정 국가들에서 윤리 문제로 인한 논문 철회가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이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데, 일부 국가는 의학분야 연구자가 많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은 철회된 논문 수에 비하면 의학분야 전체 논문 수는 많지 않은 편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과 2019년 한국 임상의학 분야 논문 수는 전 세계 10위를 기록했다.
의학과 관련된 면역학, 유전학 등도 대부분 10위권이다. 전체 논문 수에 비해 윤리문제로 철회되는 국내 논문이 많은 셈이다.
연구팀은 “개발도상국가의 젊고 경험이 부족한 연구자는 윤리적 실수를 범하기 쉬울 수 있다. 이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 압박이 가중되면 비윤리적인 행동을 저지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저널과 학회에서 주도적으로 연구부정행위가 발생하는 동기를 조사해야 한다. 특히 젊은 연구자들은 연구부정행위와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