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중심병원 2기 무엇이 달라지나
인증제 전환, 경쟁 가열…의료기술협력단 설치하면 '연구인력 확보' 수월
2023.10.23 12:02 댓글쓰기



지난 9월 1일 연구중심병원 예비타당성조사 사업(2025~20 34년) 기획안 작성이 마무리됐다. 


2기 연구중심병원 제도 변화의 핵심은 ‘인증제’와 ‘병원 산하 협력단’으로 압축된다.


병원 연구문화 기반 다진 연구중심병원


지난 2000년대 중반 정부 주도로 병원 내 연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특히 2013년 시작된 연구중심병원 사업은 병원 연구문화 진화를 이끌었다.


류규하 삼성서울병원 기술사업화실장은 “연구중심병원은 병원도 더 이상 진료만 하지 말고 연구를 하라는 목적으로 출발했다”며 “연구에서 나아가 산학연병이 협력해 국가 보건의료산업 발전에 병원이 기여하길 바라는 기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중심병원 사업에는 2022년까지 경북대병원, 고대구로병원, 고대안암병원, 길병원, 분당차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연세세브란스병원, 아주대병원 등 총 10개 병원이 지정됐다. 이들 병원에 9년간 총 6240억원 규모로 26개의 연구개발(R&D)이 지원됐다.


연구중심병원 지원은 기술 이전이나 창업을 통한 기술사업화로 이어졌다. 


한 예로 아주대병원은 지난 6월 23일 ‘2023 연구중심병원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임상중개연구, 미래기술 기반 비즈니스모델 구축, 전주기 디지털 헬스케어 등의 R&D를 통해 기술사업화를 실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철호 아주대병원 첨단의학연구원장은 “병원 내 연구 인프라나 문화가 거의 없던 상태에서 연구중심병원 사업을 통해 기반이 조성됐다는 게 가장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연구중심병원 연구비 규모는 지정 이후 계속 확대돼 지난 2021년 규모가 1조1873억원으로 2013년대비 131.3% 증가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아산병원도 금년 7월 7일 ‘서울아산 연구중심병원 2023년 성과 교류회’를 개최했다. 


병원은 “연구중심병원 육성사업을 통해 유방암·전립선암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3D 프린팅 모형을 이용한 선천성 심장질환 수술 시뮬레이션이 신의료기술로 선정됐다”며 “유방암 환자 맞춤형 수술 가이드가 혁신의료기술로, 뇌졸중 후 시야장애 개선 디지털 치료기기가 혁신의료기기로 선정됐다”고밝혔다.


또 “국내 최초로 개발된 관상동맥중재술 보조 로봇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았다”고 덧붙였다.


지정제→인증제, 조건 미충족 병원은 인증 ‘해제’




보건복지부는 2025년부터 시작될 2기 연구중심병원 사업 준비에 돌입했다.


복지부는 금년 2월말 ‘연구중심병원 예비타당성조사 사업(2025~2034년) 기획(안) 공청회’를 열었다. 당시 복지부는 “10년간 구축한 연구중심병원의 민관협력 경험을 토대로 성과 창출에 집중한다”면서 “바이오헬스 산·학·연·병 연구 생태계 조성을 위한 R&D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기 연구중심병원 사업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문제점도 다수 지적됐다. 그중 하나가 지정제다. 


지난 2013년 연구중심병원 10곳이 지정된 이후 10년 동안 신규 지정된 의료기관이 없었다. 


3년마다 평가 후 재지정하는 절차를 거쳤지만 명단에 변화는 없었다. 이 때문에 연구중심병원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인증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2기 연구중심병원 사업 기획의 외부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김철호 아주대병원 첨단의학연구원장은 “인증제를 통해 자격 조건이 되는 다수 병원들이 연구중심병원 지원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지원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거시적으로 국내 의료계가 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고 각 병원의 연구 활성화에 동력으로도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 인증을 받은 병원이 중대한 연구윤리를 위반하는 등 연구중심병원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김 원장은 “어떤 측면에서는 이전보다 더 경쟁적인 측면도 있지만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맞는 방향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병원 산하에 ‘의료기술협력단’을 설치할 수 있게 되는 것도큰 변화다.


류규하 실장은 “연세의료원이나 고대의료원 산하 병원 등은 대학 부속병원이기 때문에 대학 산학협력단에서 병원 내 창업을 물심양면 지원한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은 공익재단 산하 법인 병원이라 그 같은 협력단을 설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산학협력단이 있을 경우 기술사업화에 의한 병원의 수익과 고용에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 


가령 산학협력단은 그 밑에 기술지주사를 둘 수 있어 창업기업의 지분을 합법적으로 20%까지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산학협력단을 두지 않는 병원의 합법적인 지분 확보는 최대 5%까지만 가능하다. 이는 R&D에 대한 병원 재투자 의지로 연결된다.


또 계약직 인력의 4대 보험도 산하협력단을 고용주로 두면 가입이 가능하지만, 산하협력단이 없으면 병원 내 교수가 개인 고용하는 형태라 합법적인 4대보험 가입이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전에도 의료기술협력단 설치 법안이 발의됐지만 병원이 영리를 취한다는 반발 아래 무산됐다.


류 실장은 “병원 영리에 대한 문제 소지가 되는 협력단 내 기술지주사는 설립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병원의 수익적 부분은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협력단을 통해 고용을 비롯해 병원 내에서 창업 활동을 합법적으로 기획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의료기술협력단을 반대한 교육부와도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 


김 원장은 “그간 협력단 설치에 반대 입장이었던 교육부를 어느 정도 설득한 것으로 안다”며 “기술사업화를 위한 허들을 하나하나 없애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인증제와 의료기술협력단에 대한 법적 근거도 마련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올해 초 대표발의한 보건의료기술진흥법 개정안이 금년 6월말 소관위인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앞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