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유한양행이 개발 중인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지 의학계와 제약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최근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레이저티닙(임상 코드명 YH25448) 임상 1상 결과와 2상 중간결과를 발표했던 조병철 연세의대 종양내과 교수[사진]는 1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타그리소와 경쟁구도를 형성할 수 있는 국산 신약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레이저티닙은 EGFR-TKI 치료제에 내성(EGFR 유전자 돌연변이)이 생긴 국소 진행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타깃으로 한다.
조병철 교수는 "EGFR 유전자 돌연변이 폐암 환자가 전체의 40% 정도를 차지하지만, 타그리소 외에 치료제가 없다"며 "약가가 너무 비싸 유사한 약효를 가진 경쟁약물이 필요한데, 레이저티닙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소세포폐암환자 증상 호전율 60% 넘었고 용량 늘리면 86%"
이번 임상시험에서는 레이저티닙의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됐다.
기존 EGFR-TKI 제제에 대해 내성이 생긴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10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레이저티닙으로 치료 받은 모든 환자의 객관적 반응률(ORR·이하 반응률)은 64%였다.
쉽게 말해, 환자 10명 중 6~7명은 상태가 호전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T790M 유전자 양성 환자군에서 반응률은 66%로, 음성 환자군 33%보다 두배정도 좋은 반응을 보였다.
용량을 240mg으로 높였을 때 반응률은 86%로 향상됐다. 용량을 늘려도 독성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뛰어난 내약성을 보인 것이다. 이와 함께 뇌에 암이 전이된 환자의 반응률도 55%였다.
약물 투여에 따른 부작용으로는 가려움증, 식욕부진, 가려움증, 변비, 설사 등이 나타났으며 폐와 관련한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3등급 이상의 부작용은 11%, 약물중단률은 3% 수준이었다.
조병철 교수는 "임상 2상에선 1상에서 최대 반응 효과를 보인 240mg을 투여하고 있다"며 "레이저티닙은 타그리소와 독성 프로파일은 유사하지만 숫자적으로 나은 반응률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타그리소는 무진행 생존기간이 18.9개월로 표준치료군의 10.2개월보다 2배 가까이 연장되고, 약가도 매우 비싸 1차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며 "YH25448도 내년에 시작되는 3상에선 약물 처방을 받지 않은 환자와 약물 처방 환자군을 비교해 1차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초 글로벌 임상 3상 착수"
내년 초 시작하는 레이저티닙 임상시험은 글로벌 3상으로 아시아를 비롯해 남아메리카,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300여명의 환자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측된다.
조 교수는 "타그리소가 독점하고 있는 비소세포폐암 시장이 3조원 정도 규모인데, 레이저티닙이 이 중 절반만 가져와도 엄청난 품목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며 "경쟁구도를 형성해 가격을 낮추게 되면 소득이 낮은 국가의 환자들도 혜택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한양행도 레이저티닙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기술이전 등의 결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신약 물질이라 하더라도 라이선스 아웃과 같은 결과를 낳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은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현재 진행 중인 임상과 향후 진행될 임상 3상에 집중하면서도 기술이전 가능성을 타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