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1형 당뇨병이 발병하면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보다 증상이 심하고 합병증 위험도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형 당뇨병은 면역체계가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의 베타 세포를 공격, 인슐린이 아주 적게 혹은 거의 생산되지 않아 발생하는 일종의 자가면역 질환이다. 주로 소아에 많이 발생하며 환자는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으며 살아야 한다.
당뇨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형 당뇨병은 인슐린 생산이 부족하거나 세포가 인슐린을 활용하는 기능이 떨어져 발생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 메디컬센터의 당뇨병 연구팀(주저자: 실비아 데 브리스)이 1형 당뇨병 소아 환자의 성별 차이를 다룬 관찰 연구 논문(observational study) 86편의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의학뉴스 포털 메드페이지 투데이가 24일 보도했다.
우선 1형 당뇨병 진단 때 당화혈색소(A1c) 수치가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보다 높고 진단 후로도 계속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화혈색소란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의 혈색소(헤모글로빈) 분자가 혈액 속 포도당과 결합한 것이다. 적혈구는 일정 기간(약 120일)이 지나면 새로운 적혈구로 대체되기 때문에 당화혈색소는 대체로 2~3개월의 장기적인 혈당치를 나타낸다. A1c가 6.5%를 넘으면 당뇨병으로 진단된다.
또 혈당을 낮추는 데 필요한 인슐린 용량도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보다 높았다.
취침 전에 투여하는 장시간 작용 인슐린인 기저 인슐린(basal insulin)과 하루 총 인슐린 투여량(total insulin)이 모두 여자아이가 많았다. 여자아이는 또 인슐린 펌프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남자아이보다 훨씬 많았다.
인슐린 펌프는 인슐린이 들어 있는 주사기를 창작해 얇은 튜브를 통해 인슐린을 자동으로 피하조직 내로 공급하는 휴대용 장치다.
당뇨 합병증 등 예후도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보다 좋지 않았다. 여자아이들은 특히 1형 당뇨병 진단 때와 치료 내내 당뇨병성 케톤산증(DKA: diabetic ketoacidosis)이 남자아이들보다 많았고 증세도 심했다.
당뇨병성 케톤산증은 당뇨병의 급성 합병증 중 하나로 인슐린이 부족한 상태에서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하면서 발생한다.
인슐린 부족으로 섭취한 포도당이 세포에 제대로 흡수되지 못하면 지방세포가 분해되면서 케톤이라는 화합물을 생성해 세포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된다. 과도한 갈증, 배뇨, 체중 감소, 메스꺼움, 구토, 피로, 복부 통증이 주요 증상이다.
일반적으로 1형 당뇨병은 모든 연령층에서 여성 환자가 남성 환자보다 체질량 지수(BMI: body-mass index)가 높고 따라서 과체중이나 비만이 많다.
이에 비해 남성 환자는 저체중인 경우가 많고 1형 당뇨병 진단 전에 체중이 줄어들기도 한다. 또 확장기 혈압이 낮고 혈중 지질 상태도 양호하다.
1형 당뇨병 소아 환자에서 이러한 남녀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 메커니즘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생물학적 메커니즘으로는 특히 사춘기에 여성호르몬이 인슐린 민감성(insulin sensitivity)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인슐린 민감성은 세포가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포도당을 흡수하는 데 필요한 인슐린에 대한 감수성을 말한다.
이 밖에 남녀 아이들은 체성분(body composition)과 지방 분포(fat distribution)가 다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또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보다 신체 활동량이 많고 식생활 패턴도 다르다. 이것도 1형 당뇨병의 남녀 차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럽 당뇨병 연구협회(European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Diabetes) 연례 학술회의에서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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