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적정한 의사 수를 추계했던 전문가들이 현재 의료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 ‘필수의료패키지’ 방향성에 공감했다.
다만 국민을 향한 충분한 설명이 부족하고, 일부 항목에 대해 의료계와 정부가 각각 양보가 필요하다는 점, 발표 시점이 일렀다는 점 등 다양한 진단이 이뤄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의사 수 추계 연구자 긴급토론회’를 주최했다.
신 의원은 “8000명의 젊은 의사가 현장을 떠났고 전임의·교수의 사직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 정치는 의료진을 사지로 내몰고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토론회 개최 취지를 밝혔다.
신현영 의원이 좌장을 맡은 이날 토론회에는 서울의대 홍윤철 교수,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한국개발연구원(KDI) 권정현 박사, 오주환 서울의대 교수가 참석했다.
이들은 신현영 의원이 질의한 정부 필수의료패키지 장점과 미진한 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이는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불보상체계 측면서 행위별 수가제도 바뀌어야”
홍윤철 서울의대 교수는 “내용을 들여다 보면 좋은 내용이 많고 진일보했다. 정부가 추진할 방향이 보이지만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지불보상체계 측면에서 행위별 수가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보면서 제도 취지에 공감했다.
홍 교수는 “소아과와 산부인과는 필수의료지만 아이들은 줄어들고 있다”면서 “소아과·산부인과 의사도 내과의사만큼 수입을 받아야 하는데, 행위별 수가제도로는 불가능하다. 가치기반 수가제도 등으로 근본 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도 홍 교수 주장에 공감을 표했다.
그는 “혁신적인 내용이 많이 포함돼있지만 세부화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 준비를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논의한 지 20년이 넘었는데 결론을 내버리면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수 있다”면서 “지금부터라도 중지를 모아 방향을 제시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의료계 500~1000명 증원 양보하고 정부도 한발 물러나서 오해 초래한 부분 제외했으면"
오주환 서울의대 교수는 현재 갈등을 초래하고 있는 ‘의사인력 확충’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훌륭한 과일’이라고 비유했다.
오 교수는 “이들 방향성은 훌륭하고 의료계도 동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의사인력 확충에 대해 너무 큰 충돌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의료계도 500명~1000명 선에서 증원에 대해 양보하고, 정부도 한발 양보해서 오해를 일으킨 부분을 제외한다면 좋은 정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권정현 KDI 박사 역시 “현재 소모적으로 논의가 진행되면서 시급히 진행해야 할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협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공감을 표했다.
신현영 의원은 현재 집중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백내장, 도수치료 등 ‘혼합진료금지’ 제도 등 필수의료패키지에 담긴 것도 질의했다.
이에 대해 권정현 KDI 박사는 “호도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당연히 필요한 비급여 진료는 허용하고, 의학적 근거가 불충분한 곳에 대해 금지하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권 박사는 “불필요한 의료서비스 이용을 줄일 수 있어 보험료는 하락하고, 필요한 비급여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국민 효용은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으로는 ‘선량한’ 의사들의 탈출구를 모두 막아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오주환 서울의대 교수는 “의사들이 받는 기초가가 낮다 보니 필요하지 않는 것을 끼워넣으면서 환자들 불신을 초래했다”면서도 “이번 취지는 오히려 선량한 필수의료 의사들을 보호하자는 취지라고 생각한다”고 봤다.
이어 “선량한 의사들이 살아남아야 하는데 퇴로를 차단해버리면 좋은 일을 하고 있는 의사들마저 반발할 여지가 있다”며 “지금 시점에서 혼합진료금지 논의는 이르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