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비만학회가 비만치료 급여화를 위한 근거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비만대사수술을 제외한 대부분 비만 치료가 비급여인 데 따른 것이다.학회는 이를 타개하게 위해 3단계 비만(BMI≥25) 혹은 2단계비만(BMI≥30)+동반만성질환 1개 이상과 비만대사수술 대상자를 급여권 포함 기준으로 규정해 제언했다.
비만한 40세 성인에 경우 2형당뇨병, 심근경색, 뇌졸중의 발생위험이 각각 5배, 2배, 2배 높았고, 66세 성인도 각각 2배, 1.1배, 1.1배 높았다는 점을 급여화 핵심 근거로 들었다.
허연 을지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8일 비만학회 춘계학술대회 ‘비만 진료 급여화를 위한 건강보험정책 심포지엄’에서 최신 연구결과에 따른 비만진료 급여기준 제언을 발표했다.
국민건강보험에서 비만대사수술을 제외한 모든 비만 진료 및 관리가 비급여로만 가능해 비만 환자의 건강불평등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허연 교수는 “비만은 개인적 문제가 아닌 의료비용을 증가시키는 사회적 문제”라며 “최신 연구결과를 토대로 비만 진료 급여기준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만을 예방 뿐 아니라 치료를 포함해 국가 차원의 체계적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재인식하고 보건의료 시스템에서 치료와 돌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비만, 이제는 사회적 문제”
특히 비만의 사회경제적 비용에 주목해 건강보험 제정의 투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2021년 기준 비만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15조6382억원으로 전년 대비 4.9%, 연평균 7% 수준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 기간인 2020년에는 전년 대비 9.3%까지 증가했다.
이 같은 사회경제적 비용 증가는 비만 유병률 증가에서도 관측된다. 국내 전체 성인의 비만 유병률은 36.3%이었고, 2009년에 비해 약 7% 정도 증가했다.
남자의 비만 유병률이 여자에 비해 높았고, 남자에서 여자에 비해 많이 증가했다.
국내 성인의 비만 유병률은 모든 연령대에서 최근 증가 추세를 보였는데, 2021 비만 자료표에 따르면 특히 20대와 80대 이상에서 가파른 증가를 관찰됐다.
비만대사사술 전후 관리의 중요성도 조명했다. 수술 이후 관리가 비급여로 이뤄져 관리를 포기하는 환자들이 늘어나 급여화 효과가 저하된다는 것이다.
현재 비만수술 전 검사 및 내과적 치료, 수술과 관련한 비용(입원비 등) 원칙적으로 모두 비급여로 환자에게 상당한 부담인 실정이다.
비만대사수술 이전부터 적절한 관리와 체중감량이 수술 진행 및 예후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허연 교수는 “수술 이후 관리 역시 매우 중요하지만 시스템이 없다”며 “수술만 급여화됐을 뿐 진료, 검사, 치료 모두 비급여인 탓에 비용 부담으로 추적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 비만 급여화 실질적 전략 제언
비만 치료 급여화를 위한 현실적인 조언도 눈길을 끌었다. 상대적으로 중증 질환에 비해 사회적 주목도가 낮은 탓에 비만 급여화만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현재 의대 증원에 모든 이목이 집중된 만큼 당장 급여화 여론 확대는 쉽지않아 차후 기회를 기약하기 위한 근거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학회가 비만 급여화에 관한 적절한 시기를 설정하고 공론화 과정을 겨쳐 이슈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현재 정부가 의료대란에 모든 역량을 쏟는 만큼 시기상 급여화 논의는 어렵다”며 “실무작업과 근거 기반이 될 초안을 미리 만들면 급여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도 급여화를 위한 더욱 세부적인 근거 확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학회에서 제시한 급여화 기준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 사후 보상 차등화 등 더욱 정교한 모델 설정과 질평가 중심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