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이상 국내 CT와 MRI를 포함한 영상검사 수가가 지속 인하되면서 이미 물가상승률을 못 미치는 것은 물론 의원급이 병원보다 수가가 높아지는 수가 역전 현상까지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또다시 수가 인하가 거론되고 있다."
이충욱 대한영상의학회 보험이사(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는 KCR 2024 국제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지속적인 영상 수가 인하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이 보험이사에 따르면 2024년 3차 상대가치 개편에서 검체·영상 행위에 대해서만 종별 가산을 폐지하는 방식으로 영상검사 수가가 추가 인하됐으며 이에 상급종합병원도 15% 수가 인하 효과가 발생했다.
특히 의원과 병원 간 환산지수 차이로 인해 (2024년 기준 환산지수, 의원: 93.6원, 병원: 81.2원), 동일한 검사를 상급종병에서 시행하면 비용이 더 낮아지는 역설적인 상황도 유발됐다.
대표적 사례가 복부 CT 촬영에 사용되는 조영제다. 복부 CT의 경우 의원에서는 14만 8460원이지만 상급종합병원 12만 8800원으로 수가가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또 추가 가산 없이 환산지수 인상에만 영향을 받는 영상검사 수가 인상률은 물가상승률(지난 10년 평균, 1.85%/년)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보험이사는 "실제 내년도 환산지수는 ‘환산지수 쪼개기’라는 편법적 방법으로 결정됐다. 2025년도 예정됐던 1.9% 인상분 중 의원 0.5% 인상, 병원 1.2%만 인상하고 남은 인상 예정분을 초진·재진료 인상(의원), 응급 진료, 수술·처치 및 마취료에 대한 가산 확대 (병원)에 이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곧 영상검사 수가는 반복된 삭감을 통해 원가 수준으로 낮아졌음에도 2025년도 인상분을 반납해야 하는 상황까지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또 지난 약 10년간 영상검사 수가의 삭감 결정 기반이 됐던 지난 2012년 ‘유형별 상대가치 개선을 위한 의료기관 회계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의원급 영상유형은 원가 83.91%에 불과한 수준임에도 지속적인 삭감에 이어 환산지수 불이익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이사는 “영상검사는 지난 10년간 의원의 평균 증가율(2.6%)과 병원 평균 증가율(1.7%)에 비해서도 낮아, 실질적으로는 상대적 인하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토로했다.
장비 가격은 물론 인건비 등 높아져 영상검사 원가 지속 상승
수가 인하와 함께 영상검사 원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CT, MRI 영상장비는 고가로 지속적인 기술 발전과 물가 상승으로 인해 장비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특히 심장 관상동맥을 검사할 수 있는 고성능 CT 장비는 20억 이상인 경우도 있고 유지 보수 비용도 증가해 원가 상승을 압박하고 있으며 영상 검사에 투입되는 의사, 방사선사, 간호사 각 1인 이상 인력도 필수적이다. 국내 임금 상승률은 연 3.34%(2019~2023)로 급증하는 상황이며, 인건비 부담도 높아지고 있다.
이충욱 이사는 “영상검사 원가는 지속적으로 상승이며 OECD 국가와 비교해서도 높은 물가 수준이 원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국내 영상 검사 수가는 미국 대비 약 30%미만 수준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abdomen & pelvic CT with enhance(복부 및 골반 CT 조영) 검사의 경우 미국 457.37달러, 호주 361.28달러지만, 우리나라는 95.08달러로 조사됐다.
이 이사는 “우리나라 영상 검사는 여러 차례 수가 인하와 원가 상승에 따라 원가 보존율이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고 조만간 원가 이하로 떨어질 위험이 있다"며 "이는 불필요한 검사 남발로 영상의학과 의사 업무량 부담과 인력 부족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 영상검사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적절한 수가를 책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201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회계 조사를 기반으로 2012년 CT 수가는 15.5%, MRI 수가는 24%가 일괄 인하됐으며, 2017년 2차 상대가치 개편을 통해 추가로 5%가 인하됐다.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진행한 회계 조사에서는 원가 대비 보상률이 106.3%로 보고됐고 이에 따라 영상 검사는 다시 수가 인하 대상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