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와 가정의학과 등 진료과에서 항우울제인 SSRI의 처방권 제한 철폐를 위한 여론조성에 나서자, 정신건강의학계가 반발하고 있다.
대한뇌전증학회, 대한내과학회, 대한소아과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가정의학회, 대한마취통증의학회, 대한신경과학회, 대한뇌신경재활학회는 12일 국회에서 ‘자살예방과 우울증 치료를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번 토론회의 주제는 ‘자살예방과 우울증 치료’지만, 실제로는 SSRI 처방권을 둘러싼 정신과 외 타과들의 성토의 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토론회 좌장을 대한뇌전증학회장인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홍승봉 교수가 맡아 진행하고, 발제 및 토론 패널에도 정신건강의학계 인사가 없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지난 8월 ‘4대 신경계질환 환자들에게 동반되는 우울증 치료를 위한 토론회’에서도 SSRI의 처방 제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홍 교수는 “신경계 질환에서 우울증은 흔히 동반되는 전형적 증상 중 하나로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기존 신경계질환이 악화될 수 있고 치료에 방해가 된다”며 “우울증 빈도가 높은 4대 신경계 질환에 동반되는 우울증 치료는 암환자와 같이 SSRI의 60일 처방 제한에서 예외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8개 학회는 토론회 사전에 공개한 자료를 통해서도, 한국이 SSRI 사용 제한으로 인해 우울증의 치료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신건강의학계는 정신과를 제외한 자살예방 토론회 개최에 분개하고 있다. 자살예방에 관한 가장 전문가 집단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배제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에 대해 자살예방이라는 목적보다 비정신과 SSRI 처방권 제한 철폐라는 저의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8월 토론회에 정신건강의학계 대표로 참석했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석정호 보험이사는 데일리메디와 통화에서 “지난번 국회 토론회 이후 보건복지부가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고 4대 신경계질환에 대한 SSRI 처방 제한을 완화하고 있고, 복지부와 국민 정신건간증진을 위한 헬스2020 플랜도 추진 중”이라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신과를 제외하고 다시금 SSRI 처방 제한 완화 토론회를 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석 보험이사는 “신경정신의학회는 토론회 개최와 관련해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토론회를 주최하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에 자살예방 관련 최고 전문가학회인 정신과의사들을 제외한 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는데 ‘국정감사라서 정신이 없었다’는 답변을 들었다. 뇌전증학회 등에서 국회의원을 이용하면서 여론을 조성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12일 토론회가 자살예방과 우울증 치료 전문가인 정신과의사들을 제외하고 진행되는 것에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석 보험이사는 “학회 이사회를 통해 홍승봉 교수에게 항의하는 서한을 보내고, 빠른 시일 내에 학회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