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기초과학연구원(IBS) 뇌과학이미징연구단 손동희·신미경 연구위원 연구팀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형민 책임연구원 연구팀과 공동으로 환자마다 다른 뇌파를 측정해 뇌 질환을 치료하는 전자약(전자기적 구동을 통해 질병을 치료하는 장치) 기술을 구현했다고 19일 밝혔다.
약물이 듣지 않는 난치성 뇌 질환 치료를 위해 뇌 병변 조직을 초음파로 자극해 신경병 증상을 완화하는 경두개 집속초음파 기술 등이 시도되고 있지만 환자별로 뇌신경 구조가 달라 치료 효과의 편차가 크고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는 등 부작용이 있다.
이에 초음파 자극에 따른 전기적 뇌파를 측정해 환자에게 맞는 자극 조건을 주는 신경 자극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뇌 표면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대뇌피질 전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뇌파 계측 기술이 필수적이다.
기존 대뇌피질 전도를 계측하는 전극 소자는 강성이 높고 적응성이 낮아 뇌 조직의 복잡한 곡면에 밀착할 수 없고, 미세한 뇌 움직임에 따라 견고하게 고정되지 못해 장기간 뇌파 계측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대뇌피질 곡면을 따라 균일하게 밀착할 수 있고 조직 표면에 견고히 부착할 수 있는 하이드로젤과 형상 변형 기판 기반 신축성 전자 패치를 개발했다.
하이드로젤이 접촉면에서 체액을 흡수, 수 초 안에 부풀어 오르면서 표면에 부착되며 형태가 쉽게 변하는 형상 변형 소재 덕분에 미세한 이격도 없이 밀착 가능하다.
이처럼 뇌 표면에 견고히 부착된 전자 패치는 음압 진동에도 안정적으로 고정돼 잡음 없이 대뇌피질 전도를 고품질로 측정할 수 있다.
개발한 기술을 뇌전증을 유발한 실험 쥐에 적용한 결과 안정적으로 뇌파 모니터링을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발작에 앞서 나타나는 병리적 고주파 신호를 포착해 발작 증상을 예측하고 초음파 자극을 가동했으며, 자극이 가해지는 동안 발작성 뇌파를 감지해 치료 효과가 충분하지 않으면 자극 조건을 즉각 조정함으로써 발작 증상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손동희 연구위원은 "초음파 자극에 반응하는 개별 환자의 뇌신경 활동을 최초로 실시간 계측했다"면서 "맞춤형 뇌 질환 치료를 위한 전자약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 지난 11일 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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