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사망원인 1위인 관상동맥질환이 심방세동과 함께 발생하는 사례가 갈수록 많아지는 상황에서 심방세동 치료제만으로도 사망률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내용이 담긴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게재, 아시아 최초로 단일 의료기관 심장병원 최다인 총 9편의 논문 기록을 세웠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남기병·박덕우·조민수·강도윤 교수팀은 최근 "심방세동과 관상동맥질환을 함께 갖고 있는 환자에게 심방세동 치료제만 복용하게 한 결과, 관상동맥질환 치료제와 심방세동 치료제 모두 복용한 집단에 비해 1년 뒤 사망·뇌졸중·심근경색·출혈 등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이 크게 감소해 안전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관상동맥질환은 항혈소판제, 심방세동은 항응고제로 치료한다. 두 약물 기전은 다르지만 모두 혈액을 묽게 하기 때문에 함께 장기 복용하면 부작용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연구팀은 국내 18개 의료기관에서 고위험 심방세동과 안전형 관상동맥질환이 동반된 환자 1040명을 무작위 배정한 뒤 항응고제인 에독사반으로 단독치료한 집단 524명과 항응고제(에독사반)와 항혈소판제(아스피린 혹은 클로피도그렐) 모두 이용한 복합치료 집단 516명으로 나눠 1년 뒤 치료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사망·뇌졸중·심근경색·출혈 등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이 항응고제와 항혈소판제 복합치료 집단에서는 16.2% 발생했다. 반면 항응고제 단독치료 집단에서는 6.8% 발생,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이 약 56%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및 비주요 출혈사건이 복합치료 집단에서는 14.2% 발생한 데 비해 단독치료 집단에서는 4.7% 발생했다. 사망이나 뇌졸중·심근경색과 같은 주요 허혈성사건 발생률은 복합치료 집단 1.8%, 단독치료 집단 1.6%로 큰 차이 없이 모두 안전했다.
남기병 교수는 "그동안 심방세동이 동반된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최적 치료방침에 대한 임상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다기관 연구를 통해 치료 방침을 바꿀 중요한 결과를 얻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약물치료지침을 최적화해서 환자들 예후가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덕우 교수는 "심방세동과 관상동맥질환은 심한 경우 사망까지 이를 수도 있지만, 적절히 치료받으면 증상을 완화하고 이로 인한 2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환자 임의로 복용하는 치료제를 변경하거나 중단하기보다는 전문의와 상의를 통해 본인에게 최적화된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게재되면서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이 아시아 최초로 NEJM에 총 9편의 논문을 게재하는 쾌거를 올렸다.
NEJM은 피인용지수가 96.2로, 네이처(50.5)나 사이언스(44.7)보다 높고. 전 세계 치료 지침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최고 권위 임상논문 저널이다.
단일 기관에서 NEJM에 열 편에 달하는 논문을 게재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성과다.
또한 이 연구결과는 지난 9월1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Congress 2024)'의 메인 세션 '핫라인'에서도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