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경과학회가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계 항우울제 처방 규제 철폐를 주장하고 나섰다.
정신과 전문의가 아니면 SSRI를 2개월 이상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는 현행 건강보험 급여기준 제한이 개선돼야 한다는 것. 정신과학회 및 정신과 개원의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대한신경과학회는 26일 한양대학교 한양종합기술연구원(HIT)에서 '대한신경계질환우울증연구회 창립총회 및 제3차 교육'을 가졌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학회 임원진들은 "신경계질환 우울증 환자에 대한 SSRI 처방 제한과 이에 따른 환자 불편을 없애는데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신경과학회에 따르면 신경계 질환에 동반되는 기질성 우울증은 조기 치료해야 회복, 재활, 치료가 빠르다. 하지만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어 전세계적으로 사용되는 SSRI계 항우울제를 신경과 전문의는 두 달 밖에 사용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우울증 치료의 3단계는 △용량 조정기(8~12주) △지속투여기(16~20주) △유지기(수개월~1년 이상으로 2년 가까이 투여하는 것이 정설로 돼 있다. 6개월에서 1년 사이 중단시 재발율이 50% 이상으로 재발 빈도가 높아질수록 치료는 더욱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대한간질학회 학술위원장 홍승봉 교수(삼성서울병원)는 "우울증 치료 효과와 관계없이 무조건 두 달이 지나면 정신과로 환자를 보내야 하는 이 규정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찾아볼 수 없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 일본, 호주, 홍콩, 대만 등 세계 5개국의 신경과 및 정신과 등 관련 학회에 SSRI 항우울제 처방과 관련한 제한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제한이 있는 나라는 한 곳도 없었다.
정신과에 다시 가면서 진료비, 검사비가 추가로 나가고 대부분 약물도 많이 사용, 보험재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뇌병변 환자들은 거동이 힘들고, 외출이 어려워 병원 방문시 항상 보호자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두 배의 시간과 진료비 등 금전적 손실을 가져온다.
이러한 불편부당함을 환자나 보호자들이 견디기 어려워 치료를 포기하게 돼 우울증이 더 심각해지고 기존 신경계 질환의 치료도 어려워진다. 세계보건기구(WHO) 보고를 보면 우울증은 1990년 유병율 4위 질환였으나 2020년 2위로 예상돼 국민 건강의 강력한 적이 되고 있다.
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종성 교수(서울아산병원)는 "고혈압은 심장내과 전문의, 당뇨병은 내분비과 전문의만 치료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겠느냐"면서 "고혈압, 당뇨병, 우울증은 국민건강을 보존하는 가장 흔한 질병으로 의사면 누구나 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신과에 대한 비하나 신경과의 영역다툼이 절대 아니"라며 "약제비 절감, 환자 편의 등을 위한 노력으로 전(全) 진료 과목에서 시행돼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SSRI 처방과 관련한 제한은 지난 2002년 시작됐다. 당시 SSRI 계열은 대부분 특허가 남아 있는 고가약으로 내과, 가정의학과 등에서 많이 처방되다 보니 건강보험 부담이 컸다. 정부는 이 같은 규정에 대해 일부 진료과목과 협의 후 통보, 당시에도 적지 않은 논란을 가져왔다.
이후 작년 3월 국회 정책토론회를 가졌으나 규정 개선의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특히 복지부 측은 해당 급여규정의 당사자인 정신과와의 우선 조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학회 간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