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경정신과의사회(회장 노만희)가 지난 7일 국내 신경학의 최고 대가로 꼽히는 김종성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대한신경계질환우울증연구회장)를 명예훼손 등으로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의료계 내부적인 알력이 폭발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일부에서는 "예상 가능한 일"이라는 반응이다.
SSRI 항우울제 처방에 대한 정신건강의학과와 신경과의 신경전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었다.
급기야 지난 9월 대한신경과학회 산하 대한신경계질환우울증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김종성 교수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신영철 홍보이사가 설전을 벌이면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다.
신영철 이사는 모 매체가 보도한 김종성 교수의 발언에 대해 "범죄자, 살인마, 비열한 범죄행위 등" 격한 용어를 써가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김종성 회장은 강한 불쾌함을 드러냈고, 급기야 신경과학회는 신경정신의학회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신경과학회 측은 신 이사 발언에 대한 법률적 검토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정신과 측에서 먼저 행동에 나섰다. 개원가 단체인 신경정신과의사회는 작년 3월 김종성 교수의 국회 공청회 발언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신경정신과의사회 측은 "김 교수는 작년 3월 11일 국회 토론회에 참석, 우울증을 왜곡했다"고 말한다. "마음의 병이 아니거든요. 정말 미친 사람이 아닌, 정신과 병이아니에요"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회적 신망이 있는 교수의 공개적 발언은 진실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발언의 오류를 스스로 시정하지 않으면 바로잡기가 어렵다"고 소송 이유를 들었다.
정신과 개원의들의 격한 반응은 이미 예고된 상황이었다. 노만희 회장은 작년 취임 직후 "특정과에서 SSRI에 대한 제한을 풀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데 아주 위험한 생각"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김종성 교수가 지난 6월 한양대에서 열린 대한신경계질환우울증연구회 창립총회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당시 김 교수는 연구회 회장에 취임하면서 ""고혈압은 심장내과 전문의, 당뇨병은 내분비과 전문의만 치료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겠느냐"면서 "고혈압, 당뇨병, 우울증은 국민건강을 보존하는 가장 흔한 질병으로 의사면 누구나 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정신과를 비하하거나 신경과와의 영역다툼이 아니"라면서 "약제비 절감과 환자 편의 등을 위한 노력으로 전 진료과에서 시행돼야 할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다른 교수들도 김 교수의 발언을 거들었었다.
이런 가운데 김 교수와 신 이사가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이는 등 논란이 커지자 정신건강의학과 개원의들이 극약처방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정신건강의학과의 민소소송 제기에 대해 김종성 교수에 연락을 취했으나 학회 참석 등의 이유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