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70% “병리과 정확히 무슨 일해요?”
“규칙적 업무 등 근무 만족도 높지만 인지도 낮아, 서브인턴제 등 활용 필요”
2022.05.18 10:09 댓글쓰기



병리과를 전공으로 선택하는 전공의마저 약 70%는 어떤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고 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나 병리과의 전반적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황윤정 서울대학교병원 전임의는 최근 대한병리학회가 온라인으로 개최한 춘계학술대회에서 '병리과 전공의와 신입전문의 만족도 및 건의 사항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병리과 전공의는 근무 만족도가 높지만 홍보가 부족해 인지도와 지원율이 낮다”며 이같이 밝혔다.


온라인 기반으로 진행된 설문조사는 지난 3월 30일부터 4월 24일까지 약 한 달 동안 전국 병리과 전공의 1~4년 차 및 신입전문의 1~3년차 총 6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자 중 92.3%는 대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일 평균 12시간 근무-수련환경 만족도 1년 차 90.1% ‘만족’


평일 근무시간을 묻는 질문에는 ‘10~12시간’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으며, 이들의 평균 근무시간은 12시간으로 나타났다. 주당 평균 근무는 약 64시간으로 주 80시간 이상 근무하는 비율은 3.1% 정도였다. 


근무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는데 ‘현재 병리과 수련환경에 대해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63.1%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다시 인턴이 돼도 병리과 전공의에 지원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64.6% 그렇다고 답했다.


황윤정 전임의는 “수련환경 만족도 조사에서 1년 차는 90.9%가 만족스럽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날 정도로 근무 만족도가 높았다”며 “이유로는 규칙적 업무 패턴으로 탄력적인 시간 운용 가능, 업무 적성 만족, 응급환자가 없다, 환자를 직접 보지 않는다, 질병에 대해 가장 잘 알고 환자 진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병리과에 대해 정확히 알고 지원한 전공의는 30% 수준으로, 10명 중 7명은 병리과가 어떤 업무를 담당하는지 알지 못하고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대 시절 병리과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69.2%였다. 또한 실제 병리과 업무 내용이나 근무 여건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과 비슷한지 묻는 말에는 58.5%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황 전임의는 “병리과 업무량 및 종류가 생각보다 많고, 업무 강도 역시 강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병리과에 관심을 갖고 지원한 전공의조차 어떤 업무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는데 타과 전공의, 전문의나 의대생은 병리과가 병원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모를 가능성이 높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근본적으로 병리과 역할과 위상을 높여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전공의를 위해 효율적이고 표준화된 수련시스템을 보장하고, 의과대학생을 대상으로 병리과 역할을 경험해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홍보가 강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병리과=전공의 기피과…‘서브인턴제도’ 등 적극 활용해야


이날 학술대회에 참석한 이호창 충북의대 교수는 병리과를 알리고 전공의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 '서브 인턴' 등의 제도 활용을 강조했다.


이호창 교수는 “매년 말 병리과는 항상 전공의 지원율이 저조한 대표적인 과로 언론에 언급된다”며 “실제 지난해 전공의 모집 결과 결핵과나 예방의학과와 같이 소인원을 뽑거나 집계가 어려운 과를 제외하면 지원율이 뒤에서 4위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전공의가 2인 이상 지원하는 병원은 일명 빅5로 불리는 대형병원과 지역거점국립대병원 중 큰 곳만 해당된다”며 “특히 빅5 병원에 지원하는 전공의들은 모두 자교 출신으로 격차가 더욱 심해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턴은 의사 역할 첫 단계로 전공 선택이 가장 많이 바뀌는 시기”라며 “하지만 전공의특별법으로 인턴 또한 근무시간이 많이 줄어 병리과는 인턴기간이 거의 없거나 있어도 1주일밖에 안 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학생실습에 병리과가 없는 병원은 방학 중 1~2주 실습할 수 있는 서브인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다”며 “서브인턴은 학생들에게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고 관심 있는 과목을 경험하기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비시행 기관이더라도 병원이 아니라 과 차원에서 시행하면 좋다”고 제안했다. 


이외에 국내 수련기관 상당수는 기피과목 전공의 지원율 향상을 위해 특별 수당이나 해외 학회 및 단기연수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호창 교수는 “전공의에 대한 금전적 지원이나 학회 및 해외연수 지원은 병리과를 위함이 아닌 병원의 모든 전공의를 위한 혜택이기 때문에 효과가 크지 않다”며 “별도 수당을 통한 급여 지원은 대부분 병원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심각한 비인기과는 정부 차원에 지원을 건의해보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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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표년 05.18 20:02
    외국의 유명병원은 치료를 잘하기로 유명하지만 그전에 진단이 정확하다는 전제조건이 필수입니다. 때문에 실력있는 병리 교수님의 유무가 병원의 진가에 기여하는 바가 매우 큼니다. 일 예로 서울아산병원의 동관이 증축되었을 무렵 MD Anderson에서 오신 김온자 교수님께서 근무하실 때에는 세침으로 조직검사를 하여도 진단이 가능하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전원할 때에는  다른 병원에서 내린 진단을 다시 검증하기 위해 병리 슬라이드를 가져오라고 요구합니다. 진단이 정확해야 적절한 치료법을 선정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1990년 전후 해서는 캐나다 뱅쿠버로 호흡기를 전공하시는 영상의학과 의사들이 줄서서 연수를 간 적이 있습니다. 그 병원의 영상의학과 교수가 잘나서 공부하러 갔겠지만은 그 배경에는 그 병원에 계신 병리 교수님께서 정확히 폐질환을 진단하시기에 일어난 현상입니다. 그 후 우리나라에도 폐병리를 전공하시는 많은 선생님들이 탄생하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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