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가정혈압 측정, 고혈압 관리·진단에 필수"
대한고혈압학회-삼진제약, '2022 MY HOME BP' 심포지엄 성료
2022.08.01 12:09 댓글쓰기

혈압 관리는 고혈압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중증 고혈압을 방치할 경우 장기가 손상되고 ‘뇌졸중’, ‘심부전’, ‘심장마비’ 등으로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병원에서 재는 혈압과 가정에서 재는 혈압이 달라 제대로 된 진단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이에 고혈압 적정 관리를 위한 방법으로 ‘가정혈압(Home BP)’ 활용이 강조되고 있다. 


이 같은 가정혈압에 대한 정보와 치료사례 등을 개원의와 관련 분야 교수들과 공유하고자 대한고혈압학회와 삼진제약이 지난 2~3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2022 MY HOME BP' 심포지엄을 열었다.  


"진료실 밖 혈압 측정 매우 중요…가정혈압, 적절한 보조수단"


임상 현장에서 고혈압 진단 및 치료는 '진료실 혈압'을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진료실혈압은 혈압을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관리하는데 충분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혈압은 호흡·스트레스·약물·환경·일중 변화에 따라 측정 수치의 변동이 큰데, 진료실에서 1~2번 측정된 혈압을 기준으로 고혈압의 진단 및 약물 조절을 결정한다면,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혜미 중앙대 의대 교수는 "혈압 측정방식에 따라 고혈압 정의 기준이 다르다"며 "진료실 측정 시 140/90mmHg, 주간 활동혈압은 135/85mmHg, 가정혈압은 135/85mmHg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미국심장협회(AHA) 등 학회들은 고혈압 치료 시작 전 진료실 밖에서의 혈압 측정 및 평가가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진료실 밖 혈압 측정법에는 가정혈압, 24시간 활동혈압 등이 있다. 


이중 가정혈압이 고혈압 관리의 첫걸음이자 보조수단으로 권고되고 있다. 가정혈압 측정은 비교적 저렴하면서 반복적 측정이 가능하다. 환자로 하여금 자기관리를 능동적으로 하게 만들어준다. 


김혜미 교수는 "가정혈압은 진료실 혈압만으로 쉽게 진단하기 어려운 백의고혈압(흰 가운만 보면  혈압 상승), 가면고혈압(진료실에서만 정상) 등을 판단해 효과적인 고혈압 관리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4시간 활동혈압의 경우 15~30분 간격으로 반복 측정해 평균치를 구하는 방식이기에 개원가에서 활용도가 낮다. 반면 가정혈압은 혈압 변동성을 평가하기 적절하며, 고혈압에 따른 장기손상 및 심혈관계 질환 발생을 더 잘 예측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최성훈 한림대 의대 교수도 "가정혈압 측정을 통해 약제 증량 혹은 감량을 결정하는 경우 치료 순응도 저하를 피하면서 목표혈압에 도달하는데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올바른 가정혈압 측정…환자 교육시 '커프 크기' 등 설명 필요


가정혈압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올바른 측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확한 혈압 측정 자세와 더불어 초기 교육 시 적절한 커프를 사용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대한고혈압학회 가정혈압 관리지침에 따르면 측정 30분 전에는 카페인 섭취, 운동, 흡연, 목욕, 음주를 삼가한다. 


아침혈압은 아침 기상 후 1시간 이내에 용변을 본 후 식사를 하기 전, 그리고 아침혈압약을 복용하기 전에 측정한다. 저녁혈압은 취침 1시간 이내 측정한다.


모든 혈압은 앉은 상태에서 측정하며 1~2분 안정을 취한 후 1~2분 간격으로 2번씩 측정하고, 소매를 걷고 팔에 알맞은 사이즈의 커프를 심장 높이에 착용한 후 측정이 마칠 때까지 말과 행동은 자제한다.


처음 고혈압을 진단할 때는 적어도 1주일 동안 혈압을 측정하며, 치료 결과 평가 시에는 가능한 오랜 기간(적어도 외래 방문 직전 5~7일 동안) 혈압을 측정한다.


특히 가정혈압 측정에서 유의해야 할 것은 '커프(팔에 붙이는 장치)의 크기'다. 팔둘레에 적절한 커프를 사용해야 정확한 혈압 측정이 가능하다. 


최성훈 교수는 "큰 커프를 사용하면 고혈압이 과진단되고, 작은 커프를 사용하면 미진단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혈압 측정의 오류를 줄이려면, 환자에게 진료실에 커프를 가져오라고 해 확인해보고 피드백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료를 보다 보면 고령 환자라고 해서 가정혈압 측정에 대한 수용성이 낮지 않았다"며 "오히려 열심히 혈압 측정하고 기록해 치료 순응도가 향상돼 증상 완화는 물론 약제 감량까지 결정한 사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가정혈압, 고혈압 조절률 향상 기여…수가 신설 필요 


가정혈압 측정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보편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개원가에서 가정혈압 측정이 정착되려면 건강보험 내 수가 신설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실제 개원가에서 환자가 측정해 온 혈압 기록을 받아 일일히 평균을 내고 상담을 해줄 수 있는 인력이나 여건이 부족하다. 환자 역시 가정용 혈압계 구매에 부담을 느낀다.


신진호 한양대 의대 교수는 "일본은 가정 내 혈압계 보급률이 60~70% 정도지만, 우리나라는 20~30%밖에 안된다"며 "환자를 관리하려면 검사 및 모니터링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가정혈압은 강력한 혈압조절은 고위험군 환자에서 중요하고  심부전, 치매 등의 발병 위험도 예방해준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가정혈압 측정으로 환자의 치료 순응도가 높아지며, '의사의 관성(physician's inertia)'과 관련된 안전성, 정확성 우려도 감소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학회 차원에서도 가정혈압이 건강보험제도에 포함돼 개원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혈압의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하기 위한 연구도 계획하고 있다.


신진호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가정혈압에 급여 적용을 하는 나라는 아직 없다"며 "보험급여가 되기 위해선 의학적 근거가 필요한데, 이는 사실상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논쟁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가정혈압에 급여를 적용해달라고 하면 정부는 근거가 부족하니 자료를 달라고 한다"며 "근데 자료를 만들려면 환자도 교육해야 하고, 임상현장에서 측정된 가정혈압을 평균내고, 분석하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를 도와줄 인력을 고용하려면 결국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관련 학술단체들이 의학적 근거를 만들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가정혈압은 환자가 적극적으로 치료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의사들도 권위를 이양하려는 노력 대신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와 가이드를 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좌장을 맡은 임상현 부천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이번 심포지엄이 임상 현장에서 가정혈압 활용에 길라잡이 역할을 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개원의를 위한 여러 강좌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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