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속심사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매우 낮은 허가 신청 비용을 인상하고, 해당 트랙을 이용하는 제약사들에게 신약 약가 현실화 또는 신속한 급여 평가 기회 제공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GC녹십자 개발본부 이현 팀장은 최근 열린 한국FDC규제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형 신속심사제도의 방향'을 발표했다.
신속심사는 생명을 위협하거나 중대한 질환을 치료하고 의학적 미충족을 해결하기 위해 의약품 개발부터 허가, 심사 과정을 빠르게 진행해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을 개선하고자 마련됐다.
국내 식약처는 2020년 8월 신속심사과 및 사전상담과를 신설하고, 신속심사제도를 본격 가동하고 있다. 이 제도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유럽의약품청(EMA)의 제도를 참고했다.
이현 팀장은 "희귀의약품을 개발하면서 FDA와 EMA의 제도를 경험해봤는데, 국내에도 해당 제도가 도입됐다"며 "개발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사전상담'을 제공하고 심사기간을 단축하고자 '우선심사', 개발과정 지원을 위한 'GIFT' 등이 가동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7월 기준 신속심사 현황을 보면, 총 24개 품목이 신속심사 대상으로 지정됐고, 이중 허가를 받은 것은 17개 품목이다.
허가 품목 종류는 코로나19 백신 10개, 화학의약품 5개, 생물의약품 1개, 생약 1개 등으로 파악됐다. 코로나 백신을 제외하고는 항암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팀장은 "신속심사 허가제도를 이용한 품목을 살펴보면 코로나19 백신이 압도적으로 많고, 항암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며 "글로벌 제약사들의 코로나19 백신 신속심사 신청이 많아 국내 제약사들은 부담스러워 신청을 꺼렸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따라서 국내 제약사들이 다국적 제약사들처럼 신속심사 제도를 활발히 이용해 신약 개발에 성공하려면 관련 제도 개선 및 지원이 필요하다.
허가 신청 및 수수료 인상, 심사 인력 충원, 신약 약가 현실화, 신속한 급여 평가 및 보장, 신속심사 신청 절차 정비, 관련 제도 용어 정리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현 팀장은 "식약처의 신약 허가 신청비용은 880만원으로 미국과 비교하면 500배 차이가 난다"며 "국내 수수료를 대폭 인상해 증액된 예산과 함께 식약처 심사 전문 인력 충원 및 전문성 강화에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 급격한 인상은 제약사들이 어려워할 수 있으니 단계적 확대가 바람직하다"며 "또한 신속심사 대상 의약품의 빠른 개발 및 제품화를 독려하기 위해 신약 약가를 최소 OECD 평균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한국 약가는 미국에 비해 오리지널 합성의약품은 18.8%, 바이오의약품은 22.1% 수준"이라며 "반면 제네릭 의약품은 31.3% 비(非)브랜드 의약품은 175%로 미국에 비해 높게 형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신속심사 도입 취지에 맞게 환자 접근성 확대를 위해 식약처-심평원 간 벽(壁)을 없애고 급여 적정성 평가 논의를 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이 팀장은 "2020년, 2021년에 신속심사제도를 통해 허가된 5개 품목 중 건강보험 급여 적용 사례는 하나도 없다"며 "신속심사를 통해 허가 받았을 경우 급여를 받는 것까지 보장할 수 있다면 신속심사 대상 의약품 개발 및 제도 활용에 있어 강력한 인센티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업계 지적에 대해 식약처는 "적극 수용해 제도 개선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허가 절차 개선 및 용어 정리는 식약처 내부적으로 고민 중인 사항임을 시사했다.
김희성 식약처 신속심사과 과장은 "신속심사 신청 등 절차 정비에 대해선 업계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청취해 반영할 것"이라며 "우선 심사, 신속심사 등 법령마다 조금씩 다른 단어가 쓰인 부분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