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예방접종 지원예산 138억원 낮잠'
2011.08.14 22:30 댓글쓰기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국민의 필수 예방접종 비용을 덜어주기 위해 편성된 예산 가운데 상당액이 재정 당국의 반대 탓에 제대로 집행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필수 예방접종 비용 보조를 위해 올해 편성된 379억여원의 예산 가운데 37%에 달하는 138억원이 실제로 집행되지 않았다고 15일 밝혔다.

최 의원은 "이처럼 대규모 미집행이 발생한 것은 기획재정부가 민간 병의원 접종비 관련 예산 202억5천400만원을 지출 전 사전협의 대상으로 지정해 지원 확대를 무산시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결산 설명자료에서 "2010년 12월부터 필수 예방접종을 민간 병의원에서 실시하면 백신비 외에 접종비 1만3천원씩을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기재부는 이런 지원 확대에 반대해 민간 병의원 접종비 사업예산 202억5천400만원 전액을 지출 전 사전협의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복지부는 "국가 필수 예방접종에 대한 민간 병의원 접종비 지원 확대가 무산되면서 민간 병의원의 참여가 저조해 해당 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했으며, 기재부는 이런 집행상황을 감안해 전체 예산 가운데 64억원만 배정했다"고 덧붙였다.

'사전협의 대상 사업'이란 신규사업 또는 국회 증액사업 등의 원인으로 정부 차원에서 예산집행을 위해 준비기간을 거치도록 기재부가 결정한 사업을 말하는데, 기재부가 반대하는 사업도 종종 포함된다.

필수 예방접종 비용 지원 확대 사업에 관해서도 애초 정부는 올해 예산으로 160억여원만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지만, 심의 과정에서 42억원이 늘어난 202억여원으로 확정된 바 있다.

현 정부는 출범 직후 100대 국정과제를 선정하면서 2012년까지 12세 이하 필수 예방접종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겠다고 천명했고, 한나라당도 지난 3월 12세 이하 영유아에 대한 필수 예방접종 비용을 국가가 전액 지원하겠다면서 511억원의 예산을 2012년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복지부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2012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필수 예방접종 비용 지원 계획은 내년 하반기에 시작되며 국고지원 규모는 341억9천200만원에 불과하다.

최 의원은 "지금의 상황을 보면 현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여당이 약속한 필수 예방접종 국가 전액부담은 공염불로 끝날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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