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수련기간 단축 '호재' 응급의학과 폭행 '악재'
내년도 전공의 모집 앞두고 '변수' 전망, 고령화시대 재활의학과 부상
2018.11.16 12:0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다영 기자] 2019년도 전공의 모집 시즌이 도래했다. 매년 이 맘 때면 전국 수련병원들이 초조함으로 예비전공의들의 선택을 기다린다. 전통적인 인기과와 기피과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는 현상과 함께 의료계 곳곳의 이슈가 전공의 모집결과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데일리메디는 인기과·기피과 양극화, 외과 수련기간 단축, 응급실 폭행과 의사 3인 법정구속 등 의료계 사건 사고, 재활의학과 부상 등 2019년 전공의 모집에서 눈여겨 봐야 할 포인트를 짚어봤다.


올해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는 외과의 수련기간 단축이다. 내과에 이어 외과 레지던트도 2019년터는 수련기간이 3년으로 단축된다.
 

복지부는 15일 ‘전문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 일부 개정을 15일 공포했다.


현재 외과 레지던트 수련기간은 4년으로 1~3년차에 기본적 외과 수술 및 진료를, 4년차에는 세부분과를 수련하는 과정을 거친다.


배출된 외과 전문의들이 세부분과 필요성이 낮은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고 있어 세부 분과 수련의 필요성이 낮다는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대한외과학회는 수련기간 단축을 위해 연차별 수련교과 과정을 역량 중심으로 개편하면서 필수 수술에 대해 전공의들이 수련과정에서 충분히 습득할 수 있도록 준비해왔다.


이에 따라 전통적 기피과 중 하나였던 외과가 올해 전공의 모집에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수련기간 단축에 따라 이번 전공의 모집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과와 마찬가지로 전공의 확보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2015년 87.4%까지 떨어졌던 내과 전공의 확보율은 2016년 91.9%, 2017년 97.9%, 2018년 95.3%로 반등했다.

응급실 폭행에 의사 구속까지 "응급의학과 전공의 기근 우려"

올해는 유독 전공의와 관련한 사회적 이슈가 많았다. 응급실 전공의 폭행사건과 횡경막탈장 환아 사망사건으로 인한 의료인 3인 법정구속이 화두가 되면서 응급의학과는 근심이 깊어졌다.

지난 7월 말 경북 구미 차병원 응급실에서 술에 취한 20대 남성이 둔기로 전공의를 폭행하는 일이 있었다.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9월에는 서울 한 병원 응급실에서 술과 수면제를 과다 복용한 환자가 처치 도중 1년 차 여성전공의 뺨을 때리고 간호사를 발로 차는 사건이 발생했다.


10월에는 8세 어린이 사망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진료의사 3명(응급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가정의학과 전공의)에 대해 전원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24년간 응급의학과 전공의 확보율을 살펴보면 2015년 106.1%, 2016년 99.4%, 2017년 97.8%, 2018년 95.7%로 정원을 웃도는 확보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전공의 모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한응급의학회 고위 관계자는 “올해 전공의 모집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며 “응급의학과는 오랫동안 기피과였다가 최근 몇 년간 정원을 웃도는 정도였는데 올해는 다시 좋지 않을 것으로 보여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각종 사건, 사고가 전공의 모집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며 “젊은의사들은 근무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서 발생한 사건 대부분이 응급의학과와 관련이 있어 금년도 전공의 모집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재활의학과, 커뮤니티케어 호재 작용하나

사회적인 이슈로 전공의 선발에서 난항을 우려하는 응급의학과와 달리 인기과로 분류되는 재활의학과는 정부의 적극적인 커뮤니티케어 추진으로 경쟁심화가 예상된다.
 

커뮤니티케어는 돌봄(Care)을 필요로 하는 주민들이 자택이나 그룹홈 등 지역사회(Community)에 거주하면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복지급여와 서비스를 누리는 체계로 현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핵심정책이다.


복지부는 내년 6월부터 전국 12개 기초 지방자치단체(시군구)에서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을 실시할 것이라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커뮤니티케어를 추진하자 커뮤니티케어의 핵심인 재활의학과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재활의학과는 2015년 99.1%, 2016년 100%, 2017년 100%에 이어 2018년에도 100%의 확보율을 기록했다. 전공의 모집에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커뮤니티케어가 부상하면서 핵심인력인 재활의학과의 경쟁률은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방 소재 대학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재활의학과는 원래도 인기과였지만 이번에는 더 경쟁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커뮤니티케어 정책이 전공의 모집에 또 다른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인기과·기피과 양극화 현상 재현 예상

전공의 모집 시기가 되면 항상 전문과목별로 양극화 현상이 화두에 오른다. 올해도 어김없이 전통적 인기과와 기피과에서 전공의 확보 양극화 현상이 재현될 전망이다. 
 

전통적인 인기과로는 정형외과, 성형외과, 피부과, 마취통증의학과 등이 꼽힌다. 이 전문과목들은 전공의 확보율 100%는 어렵지 않게 채운다.


지난해 전공의 모집에서 피부과는 69명 정원에 113명이 원서를 접수해 무려 163.8%의 지원율을 보였다. 정형외과도 지원율이 162%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지원자들 중에서도 골라서 선별하는 인기과와 달리 소위 기피과들은 정원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2018년도 전공의 확보율이 가장 낮았던 핵의학과는 20명 정원에 6명만 지원해 30%를 기록했다. 2015년에는 91.3%였지만 2016년 54.5%, 2017년 40.9%에 이어 30%까지 곤두박질쳤다.


병리과와 방사선종양학과도 전공의 확보율이 각각 38.7%, 47.8%로 절반이 안됐으며, 비뇨기과와 흉부외과는 58%, 57.4%로 절반을 간신히 넘긴 수준에 그쳤다.


서울 한 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국내 흉부외과 의술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신규 전문인력이 해마다 줄고 있다”며 “지방에서는 전임의와 과장들까지 당직을 서고 있다. 전공의 모집에 우려가 큰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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