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효 원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쇄신위의 건보 개편안은 정답은 아니다"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논의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보장성 강화를 위해선 부과체계 개편이 필수적이며, 공보험을 활성화하는 것이 사회 이익에 부합한다는 입장도 수차례 내비쳤다. 그는 시간이 촉박하다고 했다. 건보공단 개편안을 기본으로 전문가들의 의견과 지적을 부탁했다.
다음은 이기효 원장 일문일답.
Q.쇄신위 개편안에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A.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기본적인 방향에 동의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범위에서 어떤 속도로 추진하느냐는 온도차가 있다.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입 있는 사람들은 보장성 강화를 말하지만, 확실한 대안이 없다. 소득을 중심으로 부과체계를 단일화하는 방안에는 이견이 별로 없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이 잘 안 되는 상태에서 무임승차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저소득층의 역진성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소득 파악이 가장 큰 문제이다. 지금 건보공단 개편안이 완벽하다고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거다. 중요한 건 쇄신위를 통해 건보 개편을 논의하게 됐다는 것이다.
Q.부과체계 개편이 어떤 점에서 중요한가
A.우리나라 국민 1명이 적어도 1.5건 이상의 민원을 제기하는 실정이다. 사례는 수없이 많다. 퇴직 후 건보료가 늘어나는 게 대표적이다. 위장취업이 문제인데, 여기서도 능력에 따라 희비가 갈린다. 이는 사회보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다. 지금도 보험료 걷기가 무척 어렵다. 재원 마련은 건보를 지탱하는 근간이다. 보험료 인상이 필수인데, 문제는 현 구조로는 인상폭이 클 수밖에 없다는 거다. 누가 수긍하겠나. 그래서 부과체계를 개편하고, 부과기반을 확대해야 한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려면 이 정도 건강보험은 필수적이다. 부과체계와 보장성을 다르게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Q.재계 반응이 좋지 않다고 들었다
A.공단 개편안에 대해 재계에서 우려 섞인 시각을 보인다. 어차피 보건의료는 많은 돈이 필요한 분야다. 정부가 안 하면 민간으로 옮겨간다. 가만히 있어도 비용은 더 들고, 어느 호주머니에서든 나오게 돼 있다. 그럴 바에야 건보에서 해결하는 것이 사회 효율성을 높인다. 선진국이 왜 공적 의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아는가. 바로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의료는 최종 소비재다. 소비하는 순간 없어진다. 가능하면 적게 쓰는 것이 좋다. 그런데 적게 쓰면 삶의 질이 낮아진다. 적절한 선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
Q.건보를 강화하는 것이 오히려 재계에 도움이 된다는 뜻인가
A.좋은 의료에 관한 국민의 욕구가 매우 크다. 그런 돈을 개인이 부담하고 민간보험이 해결하면 효율성이 떨어진다.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자본 입장에서도 건강한 국민은 이익에 부합한다. 자본이 융성하려면 노동자 건강이 필수적이다. 노동자 복지가 너무 비효율적이면 기업주는 월급을 주고도 생색이 안 난다. 당장 손해 같아도 건보 강화는 사업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할 것이다. 다른 것보다 훨씬 싼 방법이다. 선진국이 의료를 인도주의로만 보는 게 아니다. 그들은 세련된 자본주의를 한다. 국가 경쟁력에 유리하니깐 세금으로 보험료를 걷어간 것이다.
Q.개편안에 관한 부정적 의견은 어떻게 생각하나
A.물론 우리 의견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완벽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논의 과정에서 일부 손해 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지금 하지 않으면 보장성 강화와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될 것이다. 우리 안을 무조건 따라달라는 것이 아니다. 이를 기반으로 논의를 활발히 해달라는 부탁이다. 전문가와 이해관계자가 모여서 무엇이 최선인지를 찾아보자는 거다. 차선책이라도 개혁은 이뤄져야 한다. 정책은 큰 그림이 나오면 추진하면서 중간에 잘못된 점은 수정하는 게 정석 아닌가. 그게 혁신의 기본적 관점이다. 일부 문제가 있다고 해서 더 큰 문제를 놔두고 주저앉으면 안 된다.
Q.결국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A.그것은 건보공단이 왈가왈부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점은 맞다. 정치권이 국민적 합의를 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을 거쳐야 거대한 개혁이 시작한다. 그런 면에서 논의를 바로 시작하고 새정부가 들어서면 바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건강보험은 수십조 원의 돈을 사용한다. 다른 복지 의제와는 규모부터가 다르다. 이 거대한 의제는 다뤄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국민의 여망 자체가 이제는 성장 일변도가 아니라 나누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건보를 통한 분배가 효율성과 성장을 가로막지는 않는다. 선진국을 보면 답이 나온다. 우리는 보장성이 너무 낮다. OECD 국가가 평균 80%를 보장하는 데, 우리는 겨우 60%를 넘기고 있다. 격차가 크다. 우리나라 경제력을 봤을 때 80%는 충분히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인색한 측면이 있었다.
Q.의료공급자 이해와 협조도 중요한 것 같다
A.의료계가 부정적인 시선을 보낼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개편안을 곱씹어보면 공급자에게 이익으로 돌아갈 여지가 많다. 지금까지 그래 왔다. 건강보험이 확대되면 내부에서 빈부 격차가 발생할 수 있어도 기본적으로 의료계 파이가 커진다. 시장규모가 커질 수 있는 찬스인 셈이다. 마진을 걱정할 필요 없다. 그래도 수익은 올라가게 된다. 의료계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Q.개편안에 앞서 지출관리에 신경 쓰라는 지적이 있었다
A.중요한 지적이다. 지출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비급여를 급여화하면 지출관리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그런 과정에서 의료시스템을 정비할 수도 있다. 중요한 일이다.
Q.논의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A.보험자로서 현 건보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일종의 초안을 세상에 내놓았다. 논의를 시작해 달라는 부탁이다. 건보공단 개편안은 완벽하지 않고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더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해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이어갔으면 한다. 보건의료는 사회복지의 핵심 기둥이다. 국민에게 중요한 문제이니 거시적인 관점에서 빠른 논의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는 결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