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국립의대 교수 1000명 충원"…현장과 엇박자
대학 "6년 간 2363명 필요"…기초·임상 교원 확보 격차 우려 만연
2024.10.27 09:35 댓글쓰기

정부가 3년 간 거점국립대 의대 전임교수 1000명을 늘리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의대 증원으로 교원 1인 당 학생 수가 급격히 늘어 교육 질(質) 담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대학 현장에서는 1000명 증원만으로는 턱없고, 또 교수 충원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가 내놓은 국립대 의대 교육 여건 개선책과 함께 국립의대 및 의대 교수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정부가 의대 증원 확정 이후 전임교원 확충 계획을 처음 밝힌 건 금년 2월이다. 2월 14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의대 교육 정상화 관련 긴급 브리핑’에서 이 같은 계획을 내놨다. 


이주호 장관은 “2025년부터 3년 간 국립대 전임교원을 1000명까지 증원하고 내년 교육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올해 8월부터 채용절차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8월 26일 “2027년까지 거점 국립의대 교수 1000명을 늘리기 위해 학교별 배분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정원이 가배정되는 대로 각 의대가 채용에 나설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교수 유입을 위해 기존 병원 소속 교수들의 신분을 안정화해 기존 인력의 업무부담을 줄이고 우수한 신규인력이 국립대병원에 유입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국립의대 9곳 “6년간 교수 2363명 충원 필요”


그러나 정부가 구상하는 이 충원 인원은 각 국립의대가 정부에 ‘필요하다’고 써낸 인원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국립의대 9곳은 향후 6년 간 2363명의 교수가 더 필요하다고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내년도만 해도 692명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국립대 9곳에서 제출받은 ‘의대 정원 증원 수요조사서’를 분석한 결과를 8월 공개했다. 


해당 수요조사서는 교육부가 각 국립의대에 금년 3월 제출을 요청했던 것으로, 정원이 늘어나는 32개 의대 교육여건 개선 사항을 파악하기 위한 취지였다. 


대학들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원 규모를 가늠해 교육부에 제출했다. 세부적으로 ▲임상의학교수 1942명 ▲기초의학교수 421명을 더 늘려야 한다고 봤다. 


내년도만 해도 국립대들은 임상의학교수 577명, 기초의학교수 115명 등 총 692명을 필요로 했다. 


대학별로 살펴보면 임상의학교수 증원 규모의 경우, 제주대가 가장 많은 200명을 필요로 했다. 


이어 ▲충남대 105명 ▲충북대 82명 ▲경상국립대 52명 ▲강원대 36명 ▲경북대 35명 ▲전북대 27명 ▲전남대 26명 ▲부산대 14명 등으로 나타났다. 


기초의학교수의 증원 규모 수요는 임상의학교수의 경우보다 적었다. 이 증원 규모를 가장 많이 적어낸 곳은 제주대, 충남대로 각각 23명을 써냈다. 


충북대 20명, 경북대 17명, 강원대 15명, 전북대·부산대 6명, 전남대 5명, 경상국립대 0명 등이 뒤를 이었다. 


각 국립대들은 의대 증원 규모에 맞춰 교원 1인 당 학생 수도 산출해 제출했는데, 현재 국립대 중 교원 1인 당 학생 수가 가장 많은 곳은 부산대다(10.4명). 충남대 7.9명, 전남대 7.1명이 그 다음이다. 


국립대 정원이 늘어난 후에도 교수 인원에 변화가 없다면 교원 1인 당 학생 수가 2030년 최고 17.4명까지 올라서는 경우도 있었다. 충남대가 이러하다. 


이어 경북대 13.9명, 전남대 13.8명 등 현재보다 대부분 교원 1인 당 맡게 될 학생 수가 약 2배 정도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해 진선미 의원은 각 국립대가 의대생 교육에 필요하다고 밝힌 교수 정원과 교육부 계획이 맞지 않아 교수 확보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봤다. 


진 의원은 “각 국립대가 교육부에 제출한 수요조사서 양식을 보니 지금껏 교육부가 국회에 자료를 안 낸 점이 이해된다”며 “당장 내년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필요 교수 현황이 이렇게 막대하다”고 일침했다. 


교수 당 학생 수 격차…충북대 8.2명-가톨릭대 0.6명


지역별·대학별 교육 사정이 심각하게 차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매년 5년 간 2000명을 이대로 증원하면 대학별로 의대 교수 당 학생 수가 17배 이상 격차가 생기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년 3월 신현영 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34개 의과대학 교수 현황을 바탕으로, 2000명씩 증원 후 2030년 시점에서 의과대학 교수당 학생 수 비율을 산정했다.


그 결과 전체 의대 교수의 경우 1인 당 학생 수는 충북대가 8.2명, 가톨릭의대가 0.6명으로 각각 최고치와 최저치를 기록했다. 13.7배 차이나는 것이다. 


기초교수의 경우 1인당 학생 수는 강원의대가 44.0명으로 가장 많고, 가톨릭의대가 10.7명으로 제일 적었고 이들 학교 간 4.1배 차이를 보였다. 


임상교수 1인당 학생 수는 충북의대가 10.6명으로 최다였으며 가톨릭의대가 0.6명으로 최소였다. 무려 17.7배 차이가 난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호남권 의과대학의 전체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5.4명으로 수도권 의과대학 1.6명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등 격차가 벌어질 전망이다. 


전체(기초·임상·인문학 포함) 평균 교수당 학생 수는 2.6명으로 나타났으며,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교원 차이도 상당했다. 


교실별로 살펴보면 기초의학교실(기생충학·미생물학·병리학·생리학·생화학·약리학·예방의학·해부학)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23.7명, 임상의학교실 교수당 학생 수는 3.0명으로 나타났다. 


국립대와 사립대를 비교해도 그 차이는 컸다. 


전체 교수당 평균 학생 수는 국립대와 사립대에서 각각 4.2명, 2.1명으로 2배 차이가 있었고, 기초교수당 학생 수는 30.0명, 20.8명이었으며 임상교수 당 학생 수는 5.1명, 2.4명으로 나타났다. 


신현영 前 의원은 “정부는 2027년까지 국립대 의대 전임교원을 1000명 확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과연 지역 의대에서 자격을 갖춘 교수 요원들을 단기간에 확보하는 것이 가능한지 현실적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충북대 고창섭 총장 VS 배장환 前 비대위원장 충돌 


교수 충원에 대한 대학 총장과 의대 교수의 엇갈린 전망은 국회 청문회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8월 16일 국회 교육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가 연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충북대 고창섭 총장과 배장환 前 충북의대·충북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이 충돌했다. 


충북대는 증원된 32개교 중 49명에서 200명으로 정원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곳이다. 


교육위 김준혁 위원(더불어민주당) 위원과 정성국 위원(국민의힘)은 “정부가 국립대 전임교원을 3년 간 1000명 늘린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보냐”고 질의했다. 


배장환 前 비대위원장은 “전임 교원을 늘린다는 건 신규 인력을 발령하는 게 아니라 기존 총장 발령으로 있던 기금교수를 전임교수로 옮기는 것에 불과하다”며 “교원 숫자가 느는 게 아니라 직급 변경만 생긴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창섭 충북대 총장은 “우리 대학에는 기금교수가 17명 뿐이다”며 “최소한 150명 내외 증원을 기대하고 있다. 의대 교수 정원이 137명이고, 사직서를 낸 분은 명예퇴직 2명, 의원면직 2~4명 뿐이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배장환 前 비대위원장은 “총장께서 전임교수 2명만 사직했다고 했지만 병원 근무 주축이 되고 교육을 담당하던 교수들은 다 나가고 있다”고 재반박했다. 


이어 “심장내과 교수 10명 중 2명은 은퇴급에 가깝고, 7명의 워킹 교수 중에 저를 포함해 3명이 사직했다. 2명이 임상 교수다”며 “있는 사람도 나갈 판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가능성은 없다”고 내다봤다. 


“교수 많은 서울의대조차 기초의학 교원 수급 난망”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5월 4일 개최한 ‘한국 의학교육 현재와 미래’ 세미나에서도 의대 교수들의 깊은 우려가 제기됐다. 


이날 김종일 서울의대 교수는 “지금도 정규과정 중 부족한 강의를 보충하기 위해 선택교과를 개설하는데 필요한 교수들과 강의실이 모자라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서울의대는 회의실이나 교수들이 그나마 넉넉한 편인데도 이렇다. 의대 정원이 늘거나 의대생들이 유급돼 많은 인원이 같이 수업을 듣게 된다면 다른 의과대학은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낙담했다. 


그는 증원 후 예상되는 가장 어려운 점으로 ‘좋은 교원 영입’을 꼽았다. 


김 교수는 “필수의료보다 기초의학에 더 투자하지 않는 상황에서 기초의학 교원 수급이 매우 힘들 것”이라며 “교원 충원은 연구 여건 등 복잡한 것이 준비돼야 가능한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윤정 고려대 의대 교수도 “교수들은 진료 뿐 아니라 연구와 교육을 모두 해야 하기 때문에 갈등하게 된다”며 “현재 소규모 강좌를 하면 거의 모든 교수에게 참여해 달라고 애걸복걸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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