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이슬비 기자] 전국 주요 의과대학들이 지난해 코로나19로 멈췄던 대면강의를 금년에는 재개할 예정인 가운데 의대생들 사이에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데일리메디가 전국 주요 의과대학을 조사한 결과, 이화의대를 비롯해 연세대 원주의대, 성균관의대, 경북의대 등은 2022년도 1학기 수업부터 기존 비대면으로 진행했던 강의를 대면으로 전환한다.
의과대학 수업은 실습이 많아 비대면보다 대면으로 진행하는 게 학습 효율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이화의대 관계자는 “본교 방침에 따라 금년 1학기부터 의대도 대면수업을 진행될 방침”이라며 “코로나19 유행과 정부 방역정책에 따라 수업은 비대면이었지만 그동안 시험과 실습은 모두 대면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지난해 역시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계속 정책이 변경됐다”며 “올해 역시 정부의 방역지침이 강화되면 수업 방식이 변경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대학교는 코로나19 유행을 감안해 대면과 비대면 수업을 혼합한 형태로 진행할 계획이다.
부산의대 관계자는 “학사방침대로 아직 협의 중이지만 대면과 비대면을 혼합한 수업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실습이나 토론이 필요한 수업은 대면으로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연세의대는 올해도 쭉 비대면 수업을 이어간다.
연세의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쭉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해왔는데 올해 역시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 비대면을 기반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수업은 실시간 온라인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울산의대는 지난해 대면과 비대면 강의를 병행했었는데, 올해는 일반 강의는 비대면 위주로 진행하되 실습 등은 대면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경희의대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 밖에 비대면·대면 수업을 병행했던 서울의대·고려의대·전남의대·전북의대 등은 대면 전환 여부에 대해 논의 중이다.
학생들은 비대면 강의 선호도 높아진 경향
일부 의과대학들이 기존 비대면수업에서 대면수업으로 전환하면서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이 표출되는 모습도 감지된다.
비대면 수업을 통해 학업 성취·만족도가 높았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 국내 연구진이 대면수업과 비대면수업의 학업 성취도와 학생 만족감을 비교한 결과 비대면 수업이 대면 수업보다 높았다.
지난해 2월 고려대학교 실용 해부학 연구소팀이 대면수업 학습을 받은 2019학년도 104명의 학생과 대면과 비대면 강의를 혼합해 학습한 2020학년도 108명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비교한 결과, 비대면이 월등히 높았다.
또한 온라인 수업 만족도 등에 관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 78.9%가 온라인 강의에 만족한다고 응답해 학생 대다수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강의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이 더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하다’, ‘강의 영상을 반복적으로 검토할 수 있기 때문에 학습능률에 좋다’ 등의 이유로 비대면 강의를 선호했다.
데일리메디가 대학알리미에 공개된 ‘2021년 대학정보공시 자료’를 토대로 의과대학생들 성적 결과를 분석한 결과 1학기 성적을 기준으로 A-학점 이상을 받은 학생은 지난 2019년 33%에서 2020년 41%로 8% 정도 늘었다.
A- 학점 이상을 받은 학생이 가장 많이 늘어난 학교는 경희대학교로 2019년 1학기 기준 25.8%에서 2020년 1학기 기준 55.9%로 올라 약 30%가 증가했다.
그다음으로 가천대학교가 같은 기간 37.1%에서 60.5%를 기록해 23.4%가 늘었으며, 뒤이어 ▲경북대학교(17.7% 증가) ▲단국대학교(17.0%) ▲충남대학교(16.9%) ▲중앙대학교(15.3%) ▲가톨릭대학교 제2캠퍼스(10.7%) ▲가톨릭관동대학교(10.1%) 등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교육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수업이 활성화되면서 절대평가 또는 완화된 상대평가를 적용한 수업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금년 1월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의과대학의 1월 대면개강을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까지 게재됐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두려움이 주된 반대 이유다.
서울 소재 의대생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의대는 다른 단과대학보다 개강이 빨라 1월에 개강하는데 학교에서 대면 강의를 강행하려 한다”며 “강의실에 칸막이 설치가 방역의 전부"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기말고사 기간에 하루 평균 5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했다”며 “강의실 면적을 고려할 때 거리두기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고,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집단감염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가격리 등으로 수업에 참석하지 못하는 학생을 위한 대책이 없다”며 “대면수업을 강행하면 만남이 증가할 수 밖에 없고 격리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수업을 듣지 못하는 것에 대한 대안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확진자가 지금보다 현저히 적은 상황에서도 비대면 수업을 진행했는데 감염 위험성이 훨씬 높은 지금 대면 수업을 강행하는 게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3월에 개강하는 다른 단과대들은 코로나19 상황을 봐서 비대면 수업 여부를 확정한다고 하는데 의과대학도 3월 전까지만이라도 비대면강의로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대면 수업만 들은 학생들 "대면수업 그리워"
비대면 수업이 편하지만 그만큼 아쉬움이 크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신입생 혹은 본과 편입생의 경우 해부학 실습 등을 제외하고 대면수업을 들어본 적 없어, 일부 대면 수업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서울 소재 의대생 A씨(본과 4학년)는 코로나19 발생 후 2년간 실습 수업을 제외하고 모두 비대면으로 수업을 들었다.
그는 “시간이 절약되고 질문에 대한 부담이 덜해 편하게 들을 수 있었다. 대면 실습 수업이 많아 등록금이 아깝단 생각까지는 해보지 않았다”면서도 “대면수업보다 확실히 집중이 안 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울 소재 의대생 B씨(본과 4학년)도 2년 동안 비대면 수업을 들었다. 그에 따르면 대면 실습 수업에서도 사전 교육이 필요한 부분은 비대면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B씨는 “이동시간이 없으니 여유롭게 수업을 들을 수 있었지만, 일방향 소통으로 인해 집중이 되지 않았다”면서 “네트워크 연결 등 기술적 문제가 있어 불편했다. 곧 졸업하지만 대면수업으로 전환되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본과로 편입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지금까지 대면수업을 전혀 듣지 못한 서울 소재 의대생(본과 2학년) C씨는 “잠을 충분히 잘 수 있어 좋았고 강의안이나 필기가 좌석에 따라 시야가 방해될 일이 없어 만족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C씨는 “동기 및 선후배들과 교류가 거의 없어서 서로 잘 모르며 학교시설도 아직 잘 모른다”며 “공부량이 많은데 혼자 공부한다는 느낌이 들어 불안하고 막막하게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이어 “코로나19가 걱정돼 전면 대면 수업은 반대하지만 부분적 대면수업은 도입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의대생 D씨(본과 1학년)는 “수면시간을 확보해 컨디션 관리를 잘 할 수 있지만 친구 및 선후배들과 교류가 없어 팁을 들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혼자 공부를 해야 했기에 막막했고 교수님과 친밀감을 쌓기도 어려워 질문하는 것도 많이 망설였고 초기에 인터넷 환경이 불안해 수업이 끊기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특히 “코로나19가 걱정되기 때문에 전면 수업은 나도 반대한다”면서도 “학생을 나눠 반씩 대면 수 업을 듣거나 특정 교수님만 대면 수업을 하는 등 부분적 도입은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