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上]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정전 중인 분단국가임에도 총상 등을 다루는 군(軍)의학 발전은 더디게 진행됐다. 열악한 인프라는 군(軍)의료에 대한 신뢰를 잃게 하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정부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군의료 개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최근에는 의료인력난까지 겹치면서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2023년 특별기획으로 각계 전문가 및 국회, 주무부처 실무 책임자 등 관계자들을 초청해 군(軍)의료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정책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좌담회에는 ▲서울대병원 박중신 진료부원장(좌장) ▲울산의대 박인숙 명예교수 ▲고려의대 안덕선 명예교수 ▲연세의대 유대현 전(前) 학장 ▲국회입법조사처 김주경 입법조사관 ▲보건복지부 김지연 공공의료과장이 참석했다. 3회 걸쳐 대한민국 군(軍) 의료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지향적 방향에서 대안이 될 수 있는 방안 등을 제시코자 한다. [편집자주]
한때 대한민국 의과대학 남학생들의 필수 코스로 여겨졌던 군의관 또는 공중보건의사가 이제는 기피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현역병 복무기간 감축이 시작되기 이전인 2002년 군의관 임관 인원은 1500명이 넘었지만 최근에는 600~700명까지 줄었다.
신규 공보의 역시 올해 449명으로 10년 전인 2013년 851명에 비해 반토막 수준이다.
가장 큰 문제는 복무기간으로 꼽힌다. 현재 일반 사병 복무기간이 18개월인데 반해 군의관과 공보의는 기초군사 훈련을 제외하고도 복무기간이 36개월에 이른다. 기초 군사훈련까지 포함하면 공보의는 37개월, 군의관은 38개월에 달한다.
박인숙 울산의대 명예교수는 “군의관 복무 기간에 대한 불만이 끓고 있다. 특히 사병보다 2배 긴 복무기간이 가장 문제다. 복무기간을 줄지 않으면 의대생들 모두 일반 사병을 선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주경 국회 입법조사관도 “군의관 복무기간이 현역병과 너무 차이가 크다. 군의관 복무에 대한 별다른 장점이 없어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복무기간과 함께 낮은 급여도 주요 문제로 거론됐다. 윤석열 정부가 오는 2025년까지 병사 월급을 육군 병장 기준 205만원까지 올릴 계획인 가운데, 군의관 기본급은 206만원에 머물러 있다.
유대현 전(前) 연세의대 학장은 “군의관 급여 수준이 지나치게 낮다. 단기 군의관들은 장기 군의관들이 지급받는 진료 장려금도 받지 못해 소외감이 더 크다”고 전했다.
“기껏해야 응급구조사 역할, 허송세월 낭비” 불만 비등
군의료 시스템은 대학을 막 졸업한 의사들의 의욕을 더 꺾어버리고 있다.
박인숙 명예교수는 “군의관이 본인의 전공과 전혀 다른 진료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그러다 보니 불안감과 자괴감도 크다”고 개탄했다.
안덕선 명예교수도 “군의관 역할이 응급구조사 정도에 머물고 있다. 중증환자라도 발생하면 서둘러 사단본부나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게 전부”라고 꼬집었다.
이어 “군의관 3년 경험이 인턴 3개월 정도 수준이다. 군의관은 아직 의사로서 성장단계에 있는 재원인 만큼 의학교육의 연장선에서 이들의 복무를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낙후된 인프라도 여러 차례 지적됐다.
박인숙 명예교수는 “지난 2019년 국회 군의료 특별위원회 활동 중 여러 군 병원을 방문했다. 대부분이 어중간한 병원이었다. 그런 병원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김지연 공공의료과장은 “군의료는 의료취약지 문제를 그대로 갖고 있다"며 "공공의료와 마찬가지로 낡은 시스템과 낮은 급여로 인력난이 발생하고. 지나치게 많은 업무량도 동일하다"고 말했다.
김주경 입법조사관은 “군의료 이용자들의 불만족 비율이 절대적"이라며 "너무 질 낮은 의료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인력과 시설 측면에서 질적으로 향상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대현 전(前) 학장은 “군에서도 여러 문제점을 인지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행 가능성이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고 일침했다.
이어 "가령 ‘2023~2027 군의료 발전계획’에 복무기간이 끝난 단기 군의관 재계약 내용이 포함됐는데, 과연 누가 재계약 하겠냐"며 "민간의료와 실현 가능한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주경 입법조사관은 “좋은 서비스는 좋은 인력에서 시작된다"며 "군의료에 헌신하면서 남아있을 사람도 부족하고 장기복무를 지원하는 사람은 더 없다.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