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해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 중 적어도 2400명이 오는 8월 내 현역병 입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부터 군의관 및 공중보건의사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군의료 및 의료취약지 공백이 이번 사태로 더욱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가 최근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 1만3000여명 중 병역의무자 1만 여명을 대상으로 군휴학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5016명 중 절반에 가까운 2460명이 금년 8월 안에 현역병 입대를 신청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400여 명은 이미 입대 신청을 마쳤다고 답했다.
지난 2022년 현역병으로 입대한 의대생이 200명가량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현역병 희망자가 10배 이상 많은 셈이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군의관 및 공중보건의사 부족을 겪고 있는 군의료‧지역의료에 더 큰 공백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따른다.
그동안 의대생들은 6년 과정의 의대를 졸업한 후 전공의 과정까지 마친 다음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사를 지원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현역병의 복무기간 및 처우 개선이 잇따르면서 상대적으로 군의관 또는 공보의의 장점이 옅어졌다.
일례로 현역병 복무기간은 육군 기준 24개월에서 18개월로 줄어든 것에 반해 군의관의 경우 기초군사 훈련을 포함해 38개월 가까운 복무기간이 20년 넘게 지속됐다.
그 결과, 현역병 복무기간 감축이 시작되기 이전인 지난 20002년 군의관 입관 인원은 1500명 이상이었으나 최근에는 600~700명까지 줄었다.
한국의학교육협의회가 지난해 의대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군복무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1759명 중 1104명(62.8%)이 현역병 지원을 희망하기도 했다.
이들이 군의관 또는 공보의 지원을 하지 않는 이유는 '사병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복무기간'(43.7%), '개선되지 않는 처우(급여, 생활환경 등)'(25.0%), '경력 단절'(17.2%)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이번 의대 정원 증원이 야기한 의대생들의 휴학은 현역병 입대를 더욱 증폭하는 역할을 한 셈이다.
더군다나 최근 대형병원의 의료공백을 메우고자 지역에 배치된 공보의들을 파견하면서 의료취약지의 의료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다수 의대생의 휴학 신청을 유효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현역병 입대가 불가하다는 입장만 취하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1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의대생의 현역병 입대 우려에 대해 "동맹휴학은 지금 1건도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설득 노력을 하고 있고 정부로서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차관은 지난 14일 전공의들의 현역병 입대에 대해서도 "전공의가 될 때 의무사관후보생이 된다. 그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가 중간에 어떤 사정이 생기면 의무사관후보생으로 군입대를 해 군의관이나 공보의가 된다"며 "본인의 자의에 따라서 사병으로 입대할 수는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