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에 이어 대통령까지 주목하고 있는 전문병원이 현 정부의 의료개혁 아이콘으로 급부상하며 제도 도입 이래 최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전문성과 진료역량에 비해 보상과 지원에서 홀대를 받았지만 이번 의료대란을 계기로 국가적 관심이 집중되면서 위상이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학병원 진료공백 극복을 위한 정부의 일시적 관심이라는 우려와 함께 수도권 편중이 심한 전문병원으로는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이번 사태에서 전문병원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 11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뇌혈관 질환 전문병원인 명지성모병원 방문하면서 부터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당시 “의료진 전체가 전문의로 구성된 전문병원은 정부가 구현해 내고자 하는 의료전달체계와 전문의 중심병원의 가장 적합한 모델”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이러한 전문병원은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을 완화하고 지역 거점병원 역할을 할 수 있어 지속적인 확충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 총리는 이튿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 전문병원 보상 시스템 강화를 긴급 지시했고, 복지부는 곧바로 전문병원 제도 전면 개편과 보상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전문병원은 특정 질환이나 진료과목에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중소병원을 육성해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011년에 도입됐다.
현재 심장, 뇌, 수지접합 등 12개 질환과 7개 진료과목 등 총 19개 유형별로 109개 전문병원이 지정 받아 운영 중이다.
전문병원으로 지정 받기 위해서는 △환자구성비율 △진료량 △병상수 △의료인력 △의료질 평가 △의료기관 인증 △필수진료과목 등 7개 지정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어렵사리 지정을 받더라도 연간 3억원 수준의 의료 질 평가지원금과 4000만원 수준의 전문병원 관리료 외에 별다른 지원이 없어 점점 인기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환자를 전원해 치료할 수 있는 특수, 고난이도 전문병원을 특화하고,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다만 방향성만 제시했을 뿐 아직 구체적인 개편안과 보상체계 등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그로부터 한 달 여가 흐른 지난 9일 이번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심장질환 전문 부천세종병원을 찾았다. 대통령의 전문병원 방문은 제도가 도입된지 13년 만에 처음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심장 등 필수의료 분야 의료진이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의료서비스 상대방인 국민이 편하고 행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필수의료 분야 종사자들이 보다 많은 보상을 받아야 공정한 의료시스템”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국가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며 전문병원 보상체계 개편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정부 행보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순기능은 충분히 검증됐음에도 정책 지원에 소홀했던 정부가 대학병원들의 진료공백 해소 일환으로 전문병원을 소환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전문성과 진료역량을 갖춘 전문병원이 지역의료, 필수의료 문제 해결의 모범답안으로 주목하고 있지만 ‘과도한 기대’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전문병원 109곳 중 필수의료 분야인 뇌혈관(4개), 심장(1개), 산부인과(9개), 소아청소년과(2개) 등은 20곳도 되지 않는다.
여기에 전문병원의 수도권 편중화도 한계로 지목되고 있다. 현재 전국의 109곳 전문병원 중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있고, 강원과 전북에는 전문병원이 하나도 없다.
더욱이 전문병원 제도가 시행된 지 13년이 흘렀음에도 기관수가 증가하지 않은 데다 지역 불균형도 심각한 만큼 이 상태에서는 지역의료, 필수의료의 첨병 역할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 전문병원 원장은 “정부가 전문병원 역할론을 주목해 준 것은 감사할 일이지만 대학병원의 중증진료를 모두 대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병원이 '미드필더'로서의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추가 지정을 통해 전문병원을 확대하고, 보상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