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0개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학생 약 9000명이 정부를 상대로 "의대 증원 절차를 멈춰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마저 각하됐다.
의대생 측은 각하결정에 불복해 즉시 항고한 것과 더불어 대학 총장을 대상으로 한 민사소송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박정대)는 지난 18일 오후 전국 의대생 약 9000명이 보건복지부 및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정원 증원 및 배분 처분 집행정지 신청 2건을 모두 각하 결정했다.
앞서 같은 법원이 의대 교수‧전공의‧수험생 등의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각하를 결정한 것과 같이, 이들이 원고로 인정받기 위한 불이익이 모호하다고 봤다.
일례로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정중)는 지난 3일 수험생 등 18명이 제기한 두 번째 소송에 대한 각하결정문에서 "신청인들에게 집행정지 신청 가격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증원 직접 직접 상대방은 의과대학을 보유한 각 '대학의 장'이고, 신청인들은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의대생들의 소송을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18일 "서울행정법원의 연이은 각하결정은 하나의 결정문을 베낀 것처럼 내용이 거의 동일하다"면서 "이는 각 재판부가 독립된 재판부로서 헌법‧법률과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는 헌법 제103조를 위반한 위헌적 결정"이라며 즉시항고장을 제출했다.
이 변호사는 "행정13부는 이번 각하결정을 내리면서 필수적인 절차인 심문절차조차 진행하지 않았다"며 "윤석열 정권의 의료농단에 이은 법원의 재판농단"이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재판부가 원고적격성을 문제삼은 것에 "행정소송에서 대법원 판례는 원고적격의 범위를 넓혀 왔다"며 "이번 각하결정과 같이 원고적격을 기계적‧형식적으로 판단한다면 실질적인 국민의 권리구제라는 사법부의 헌법적 책무를 사법부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라고 우려했다.
이번 각하결정으로 사실상 그간 제기했던 행정소송은 무산되는 모양새다. 이에 의대생 측은 대학총장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 교수 측은 헌법재판소에 제기할 헌법소원에 집중할 방침이다.
일례로 충북의대 등 10개 지방의대 학생들은 이달 22일 자신이 속한 대학의 총장을 상대로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다.
의대생 측은 자신들과 대학 간의 법률관계가 사법상 계약관계로 보고 각 대학이 기대와 예상과 달리 현저히 미달되는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채무불이행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변호사는 "민사소송에서는 권리를 주장만 하면 원고적격이 인정되므로, 곧바로 의대생들의 주장에 대해 실체심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의대 교수, 의대생 등은 서울행정법원에서 진행 중인 집행정지 사건이 모두 마무리되면 헌법소원 제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 변호사는 "이와 더불어 원고적격자인 대학총장에 대한 법적조치 여부,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등에 대한 형사고소 여부 등을 함께 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