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혜·이슬비 기자] '빅5'로 불리는 서울 대형병원들이 평일 하루 휴진에 들어가면서 최악의 의료대란이 예상됐지만 의료현장은 평소와 다름없이 정상 가동되고 있다.
이번 휴진이 강제가 아닌 교수들 자율적인 선택에 맞겨져 사전 진료 스케줄 조정 등을 통해 환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한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에 따르면 30일부터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고대안암병원을 시작으로 수도권 대형병원이 하루 멈춰서는 '1주 1회 휴진'이 시행됐다.
전국에서 하루 수천명의 내원객을 찾는 대형병원인 만큼 휴진의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했으나 병원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가동되고 있었다. 외래와 수술도 예정된 대로 진행 중이다.
서울대병원 긴급 심포지엄 개최·세브란스병원 교수들 피켓시위
서울대병원은 본관, 암병원, 어린이병원 모두 정상 진료를 진행 중이었다. 오전 일찍은 평소 대비 환자가 적어 한산한 모습이었지만 오전 10시쯤 되자 병원은 평소처럼 환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일부 교수들은 오늘 9시부터 5시까지 열리는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길' 긴급심포지엄에 참여한 상태다.
병원을 찾은 외래 환자 A씨는 "휴진 안내를 아침에 기사를 보고 알았는데, 평소와 그렇게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단 하루만에 진료에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았지만, 병원 내부 곳곳에 지난 29일자로 교수들이 휴진을 예고, 결심한 흔적을 알 수 있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저희가 제출한 사직서는 환자와 동료를 떠나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불합리한 정책을 바로잡아달라는 호소였다"며 "사랑하는 일터인 병원과 동료 직원들을 등지고 떠날 교수들, 남은 교수들 모두 무겁고 참담한 마음이다"고 절박한 사과를 전했다.
세브란스병원도 피부과 등 일부 진료과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정상 진료를 하고 있다. 물론 교수들 가운데 일부가 휴진하기도 했지만, 진료 예약 취소율은 10%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브란스병원 간호사는 "'병원 셧다운'이라는 기사가 많아 환자들의 진료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사실 일부 교수님들이 휴진에 들어가니 '일부 교수 진료 셧다운'이라고 표현했으면 환자들이 불안을 덜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진료현장이 돌아가는 가운데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내는 교수들도 있었다.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은 피켓을 들고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촉구하는 원내 시위를 하기도 했다.
교수들은 "전공의와 학생들이 복귀할 수 있게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원점 재검토해 달라"면서 "의사와 환자가 주도하는 국민 건강과 치료를 최우선시하는 의료정책을 수립해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