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주간 병원에 남아 버텨온 의대 교수들이 입원환자와 중환자의 안전한 진료를 위해 일부 진료를 축소키로 결정했다.
전국 39개 의대 교수협의회 및 교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의 조윤정 홍보위원장(고대안암병원 진단검사의학과)은 21일 브리핑에서 "지난 20일 전의교협 회의 결과, 25일부터 주 52시간 이내 외래진료·수술·입원 진료를 유지하고, 내달 1일부터는 외래진료를 최소화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응급 및 중증환자의 안정적인 진료를 위한 것"이라며 "절대 '투쟁'은 아니다. 의대 교수들은 그런 단어도 낯설다. 오롯이 응급 및 중증환자가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조 위원장은 지난 2월 20일께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뒤 교수들이 격무에 지쳤다고 토로했다.
그는 현재 병원에 남은 교수들 상태에 대해 "너무 힘든 상태다. 현재 교수들은 1주일에 2~3번 당직을 서고 있다. 밤새고도 다음 날 아침에 또 병원에 나오는 삶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의사들이 피로감이 누적되며 결국 환자가 위험에 노출될 위험에 처해있다"며 "생명을 담보로 일하는 사람들이 그 생명이 다칠까 봐, 그 우려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결정이다. 이해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응급 및 중증환자 치료에 대해서는 "진료 일부로 축소하더라도 응급실과 중환자실 구멍은 없을 것"이라며 "끝까지 떠나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 전망한 전의교협 차원의 사직 결의는 없었다.
다만 조 위원장은 "거의 모든 대학에서 교수들이 자발적 사직을 선택하고 있다"고 전하며 "교수들의 자발적인 사직이 현 사태에서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라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전의교협에서는 각 대학 교수들의 선택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사태 종결돼도 돌아올 전공의는 절반도 안 될 것…K-의료 붕괴 안타까워"
조 위원장은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대해 거듭 비관적 입장을 표명했다.
일례로 충북의대의 경우 2025학년도 입학정원이 기존 49명에서 200명으로 4배 증가하는 가운데, 현재 강의실, 실습실 등의 교육시설 수용인원이 최대 60명 수준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조 위원장은 "지금 있는 시설과 같은 것이 적어도 4개는 새로 만들어져야 하는 셈"이라며 "2025년이 5년 뒤에 온다면 가능할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교수 충원과 관련해서는 "교수 한 명 키우는데 20~30년 걸린다. 이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고 낙담했다.
또 조 위원장은 증원된 지방의대에 입학한 학생들이 졸업 후 결국 수도권 병원으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지금도 지방의대 학생들이 졸업 후 수련을 위해 수도권의 대형 수련병원으로 온다. 6년 뒤 충북대가 2000병상으로 확대하면 수용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때는 가지 말라고 붙잡아도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위원장은 정부의 의대 증원 강행을 강하게 비판하며, 전공의들의 복귀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그는 "이번 사태가 원만히 정리된다고 해도 전공의들이 10~30% 정도만 복귀할 것 같다는 것이 교수들 생각"이라며 "개인적으로는 50%만 돌아오더라도 정말 감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로 인해 내년부터는 전공의 공백이 쭉 갈 것이다. 지난 1977년 직장의료보험제도로 시작된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이 고스란히 무너지는 것 같아 많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