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사태의 중차대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윤석열 대통령과 전공의들 만남이 답보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이 전공의들에게 대화를 제안하면서 극적인 회동 여부에 의료계는 물론 정치권과 정부 모두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전공의들은 별다른 반응 없이 침묵을 이어갔다.
전공의들은 당장 대통령의 대화 제안에 응하기 보다는 조만간 입장문을 통해 선결조건 등을 제시한 후 정부의 수용 여부를 지켜보며 대화에 나설지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공식적인 외부 일정을 잡지 않고 집무실에 머물며 대화 제안에 대한 전공의들의 회신을 기다렸다.
의료개혁 관련 주요 참모와 실무진도 오전부터 대기했지만 이날 오후까지도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어떤 전공의도 대통령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의대 증원에 강경 기조를 유지하던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대국민 담화에서 “합리적 방안을 제시한다면 논의할 수 있다”며 대화 제안에 이어 전공의와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가 아무런 조건 없이 만나서 대화해 달라. 전공의 한 명이라도 5분만 안아달라”는 전국의대교수협의회 조윤정 홍보위원장의 호소가 기폭제였다.
전공의들은 의대생들과 함께 의대 증원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당사자이고, 한국의료를 이끌 미래세대인 만큼 정부와의 대화 중심에 서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 당선자 역시 “대통령이 전공의와 직접 대화해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의료계 내부에서도 양측의 만남을 독려했다.
실제 대통령이 전공의와 대화 의사를 밝히자 의협과 의대교수들도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특히 의협은 대화 성사 가능성을 놓게 예상하는 등 기대감을 키웠다.
의협 비대위는 “대통령과 전공의 만남 제안해 응해준 것은 환영할 일”이라며 “의미 있는 만남이 돼야 한다는 입장 또한 확고하다”고 밝혔다.
이어 “전공의들이 대통령의 대화 제안을 수용할지는 확언할 수 없지만 일각의 우려처럼 만남이 불발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예상으로는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합리적인 방안을 만든다는 전제 하에 대통령과 전공의가 대화하는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대교수들은 “대통령의 대화 제안은 환영하지만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대화 전제조건으로 의료계와 협의해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겠다는 조건을 먼저 제안해 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대통령의 대화 제안에 3일째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난 2월 20일 7가지 선결 조건을 내걸고, 이를 먼저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진료현장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밝힌 이후 어떠한 공식적인 행보도 없는 상태다.
전공의들이 제시한 조건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2000명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수련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부담 완화 ▲수련환경 개선 ▲전공의 대상 명령 철회 및 사과 ▲행정명령 철회 및 사과 등이다.
전공의들은 이러한 요구 조건에 어떠한 언급도 없이 무작정 대화를 제안한 대통령의 행보에 반감을 갖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회의를 통해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 논의했지만 참석자 대부분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대통령의 대화 제안에 응하는 대신 전공의들의 정서와 향후 계획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