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공백이 약 2달 가량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학병원 교수가 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 의료계에서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월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성남시 분당구 소재 某대학병원 호흡기내과 A 교수(50대)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환규 前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소식을 알리면서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그가 올린 게시물에는 ‘이날 당직을 서던 A 교수가 장폐색으로 응급수술을 받은 후 에크모(ECMO) 치료를 받으며 다른 병원으로 전원됐지만 끝내 사망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21일 현재 이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다. "고인 동료와 유가족이 게시물 삭제를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노 前 회장은 밝혔다.
이에 대해 데일리메디가 확인한 결과, 응급수술을 받은 A 교수는 ECMO 치료를 받으면서 서울 소재 빅5병원 중 한 곳으로 전원됐다.
그러나 해당 병원 도착 당시 이미 A 교수는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다만 사망 당일 당직 여부에 대해서는 A 교수 소속 병원 측은 “이날 당직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추가 전후상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노환규 前 의협 회장은 “얼마 전 안과 교수 사망에 이어 내과 교수가 또 돌아가셨다”며 “무리하지 말라.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 무리하고 계시냐”며 비통한 심정을 표했다.
그는 “또 한 분의 유능하고 귀한 의사가, 귀한 생명이 떠나갔다”며 “꼭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공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주 100시간까지 근무하고 잦은 당직을 서던 대학병원 교수들 업무 과부하가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3월 24일에는 부산대병원 안과 B 교수(40대)가 지주막하 출혈로 사망했다. 그는 부산 해운대구 소재 자택에서 쓰러져 발견됐다.
가족들이 이날 새벽 4시30분경 이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고, 고인은 해운대백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1시간 가량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이 소식을 알렸던 의료계 인사에 따르면, 부산대병원 안과 의국도 다른 병원 및 진료과들과 마찬가지로 ‘그로기(groggy)’ 상태에 있었다는 설명이다.
당시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데일리메디에 “고인의 최근 근무 일정과 사망의 인과관계는 알 수 없다”면서도 “다른 대학병원들과 마찬가지로 교수님들의 전공의 공백을 메우고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도 자신의 SNS에 “너무나 가슴아픈 일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고 추모 글을 올렸다.
노환규 前 의협 회장도 “유가족의 슬픔과 황망함을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며 “지주막하 출혈의 원인으로 동맥류 파열이 가장 흔하며, 과로와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고인은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인이 엄수됐다.
한편, 서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전공의 사직 이후 교수의 91.7%가 주 52시간 이상 근무 중이며, 이중 16%는 주 100시간 이상 근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