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간호조무사 ‘공짜 노동’ 논란의 시발점이었던 780시간 의료기관 실습교육이 대폭 개선된다. 병원은 물론 다른 교육기관에서도 실습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일부 실습생들이 ‘교육’을 빙자한 ‘노동’을 착취당했다며 단체로 최저임금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공론화 움직임을 보이면서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은 모양새다.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는 30일 간호조무사 국가시험 응시를 위한 실습교육 방식 개선을 담은 간호조무사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간호조무사 훈련생이 의료기관에서 실습교육 이수가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일정 요건을 갖춘 훈련기관에서 받는 실습교육도 인정하기로 했다.
다만 총 실습교육 780시간 중 30%에 해당하는 234시간 만 인정된다. 나머지 546시간은 의료기관에서 실습을 받아야 한다.
이번 개정안은 일부 병원들이 간호조무사 실습생의 교육을 빙자해 공짜로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제기되면서 마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간호조무사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얻으려면 의료기관에서 780시간 이상 실습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일부 병원들이 ‘교육’이라는 명분 하에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급기야 지난 8월 간호조무사 실습생들이 5개월의 실습기간 동안 무급으로 허드렛일을 떠맡았다며 임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780시간 실습교육을 의무적으로 거쳐야 하는 간호조무사 실습생들이 ‘공짜 노동’ 문제를 제기하며 임금을 청구한 첫 사례였다.
이들은 별도 기자회견까지 열어 “실습생이 병원의 부족한 인력 충당을 위해 활용되고 병원의 온갖 잡일을 떠맡는 무료 노무인력으로 전락했다”고 토로했다.
한 간호조무사는 “하루 수 백명의 환자들이 오는 병원에서는 정말 많은 양의 설거지와 빨래가 생겨나는데, 이를 모두 떠안겼고 은행·약국 등 심부름까지 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육을 요청하면 바쁘다고 거절하고, 환자가 없는 한가한 시간에 물어봐도 학생은 몰라도 된다고 하거나 인터넷으로 찾아보라는 답변만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실습하면서 병원에서 가르친 것은 빨래, 설거지 등 잡무 뿐이었다”며 “실습기간 동안 최고의 스승은 유튜브와 인터넷 검색이었다”고 토로했다.
법무법인 가로수 김진형 변호사는 “실습생들이 교육이나 훈련이 아니라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지시와 명령을 받아 근로를 제공했다면 마땅히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로기준법과 근로자보호규정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무임금노동을 강요받고 있는 간호조무사 실습생들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6년 실습생, 수습생, 수련생 등이 교육 없이 단순 노동력으로 활용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 ‘수련생에 대한 법적 지위 판단과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직무교육 프로그램 없이 수련생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경우 노동법 보호를 받는 근로자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