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이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의학교육 질을 평가하는 기관과 교육당국의 신경전도 악화되는 모양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증원이 결정된 30개 의과대학에 대한 평가 강화를 천명하자 교육부는 해당 의대에 사실상 ‘면책특권’을 부여하는 법 개정 작업에 나섰다.
의평원은 정원이 늘어난 만큼 더 깐깐하게 의학교육 질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교육부는 불인증으로 인한 파장이 우려되는 만큼 재정비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25일 증원이 확정된 의과대학들의 의학교육 평가인증 구제책을 담은 고등교육기관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대규모 재난이 발생해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어려운 경우 의학교육 인정기관은 해당 대학에 불인증 처분을 내리기 전에 1년 이상의 보완기간을 부여토록 했다.
이를 통해 보완기간 동안 교육 여건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학교와 학생의 불이익을 최소화 하고, 의료인력 양성의 차질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의과대학 평가기준 변경시 1주일 이내에 알리도록 돼 있는 규정을 사전에 인정기관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대학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변경사항에 대한 사전 대등체계를 구축해 평가인증 체계의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주목되는 부분은 현행 의학교육 평가인증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과의 결별을 예고한 부분이다.
교육부는 이번 개정안에서 인정기관 공백 시 기존 평가인증 유효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는 근거를 새롭게 마련했다.
기존의 인정기관이 재지정 되지 않거나 지정 취소될 경우 기존 평가인증 유효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인정기관이 평가인증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중단 내지 폐지해 평가인증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인증 유효기간을 늘려 해당 대학의 피해를 방지토록 했다.
이는 기존에 의과대학 평가인증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을 겨냥한 것으로, 언제든 의대 평가인증 위탁 기관을 바꿀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행 고등교육법과 의료법상 의과대학은 2∼6년 주기로 ‘의학교육 평가인증’을 받아야 한다. 평가는 교육부로부터 위임 받은 의평원이 담당하고 있다.
교육시설 및 교수인원 등 9개 영역에서 92개 기준을 심사하며, 한 차례 탈락하면 신입생 모집이 정지되고 연이어 탈락하면 의대를 운영할 수 없도록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의과대학 증원 정책을 두고 정부와 갈등을 빚으면서 앞서 교육당국이 수 차례에 걸쳐 의평원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의평원이 평가지표 수를 3배 이상 늘려 증원 의과대학 평가를 진행하겠다고 선언하자 교육부는 ‘평가기관 재지정 취소’를 예고하는 등 대립이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
실제 교육부는 최근 증원이 확정된 의과대학에 공문을 보내 의평원의 평가기준 변화에 대해서는 별도의 심의가 진행될 예정이며, 보완을 지시할 수 있음을 공지했다.
그로부터 이틀 후인 25일에는 아예 의학교육 평가인증 지정 취소를 골자로 하는 법 개정안까지 들고 나오면서 의료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