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정부가 법(法) 개정을 통해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하 의평원)을 무력화시키고자 한다며 10월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키로 했다.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전의비)는 오늘(30일) 결의문을 내고 "의평원 무력화 저지를 위한 전국의과대학 교수 결의대회에 교수님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부탁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9월 25일 대통령령인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개정안은 의대 평가‧인증에 대한 특례를 신설하는 게 골자로, 의대 자체 노력과 상관없는 요인으로 학사 운영이 정상적이지 못하거나 교육여건이 저하된 경우 '1년 이상 보완기간'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더불어 인증기관이 공백일 경우 기존 인증 효력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의료계는 정원이 늘어난 30개 의대 중 다수가 불인증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교육부가 의평원 무력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의비는 "상식에 벗어난 증원 규모를 발표하고 교육의 질 저하는 절대 없다고 호언장담하던 정부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며 "개정안은 대규모 증원으로 인한 의학교육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인 의평원을 무력화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평원은 지난 1999년 신설 의대에 대한 예비평가를 시작으로 지난 20여 년동안 의학교육평가 인증기구 역할을 수행하면서 의과대학의 교육자원 및 교육과정의 구조적 표준화를 이끌고 다양한 혁신적 교육과정의 확산을 촉진하면서 우리나라 의학교육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인증탈락으로 무리한 정책 추진의 과오가 드러날 것이 두려워 평가기관의 팔다리를 잘라서 기능을 하지 못하게 '입틀막'하려는 정부의 비겁한 행태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개탄했다.
교수들은 이 같은 개정안을 저지코자 오는 10월 3일 대통령실 건너편 용산 전쟁기념관 앞 광장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키로 했다. 30일 오후부터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을 대상으로 참여 여부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의비는 "정부가 망가뜨린 의료체계 재건의 첫걸음은 다음 세대 의사들을 제대로 양성하는 것"이라며 "의학교육의 파행을 가져오게 될 개정안 시행에 교수들이 침묵하고 눈을 감는다면 학생 교육 포기를 선언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정부의 의평원 무력화 시도에 끝까지 저항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