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대정부질문 첫날 의료대란과 관련한 정부 책임을 집중 추궁했지만, 정부는 의료개혁은 필수불가결한 정책이라며 완수해내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의대 증원 백지화를 주장하는 의료계와 평행선을 이어가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현재 구성 중인 여야의정 협의체에 의료계의 참여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국회는 9일 본회의를 열고 국무위원들을 대상으로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을 진행했다. 이날 응급실 뺑뺑이로 사망한 사건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을 '살인자'에 빗대는 등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의료대란에 대한 정부 대책 부족을 질타했다. "응급실 뺑뺑이로 국민이 죽어가는데, 누가 국민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한덕수 총리는 "지금 누가 누구를 손가락질하고 그럴 때가 아니라 우리 모두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면서 "살인자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의료개혁이 힘들고 어렵기 때문에 과거 정부가 어려운 결정을 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이 있다"며 "응급실 뺑뺑이는 10년 전부터 있었고, 2000년도에도 의료파업이 6번이나 있었지만 중환자실, 응급실 이런 곳은 의사들이 다 지켰다"고 반박했다.
게다가 같은 날 대통령실 역시 내년 의대 정원 증원을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거듭 전했다. 이날은 2025학년도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된 날이기도 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2025년 의대 정원 유예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대입 수시 접수가 시작됐고, 교육부에서도 대입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유예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의료계 "의대 증원 철회" 원칙…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이견"
그러나 의료계는 정부의 2025년 의대 정원 증원 철회는 물론 의대 증원 백지화만이 사태 해결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의료정상화를 위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주된 내용은 2025년과 2026년 의대증원을 취소하고, 2027년 정원부터 논의하자는 것이다. 의협은 "위기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전공의들 복귀"라고 역설했다.
이어 "그들이 떠나면서 7가지 요구를 했는데, 첫째가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전면 백지화"라며 " 2025년을 포함한 의대 증원 철회가 없으면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단체는 "모든 증원을 취소하고 현실적으로 논의가 가능한 2027년 의대 정원부터 투명하고 과학적 추계방식으로 양자가 공정하게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요청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 차가 큰 상황에서 여야가 여야의정 협의체를 구성하고 있다. 의료계 내부에선 협의체 참여 여부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특히 전공의, 의대생 등에서 부정적인 반응이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한 대표는 "여당 대표가 여야의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국민들과 의료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고 밝힌 것은 긍정적"이라고 환영했다.
반대로 사직 전공의는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할 경우 들러리만 서다가 결국 정부가 원하는 대로 정책이 추진될 것"이라며 "의사가 주체가 아니라면 협의체 참여가 의미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사직 전공의도 "정부가 대학병원 전공의 대표들에 대해 경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율배반적인 정부의 행보를 보며,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굳어진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