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가 일주일 만에 1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야당과 의사 외 보건의료직역을 필두로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에 나서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의대 증원 규모를 연간 500명에서 1000명 선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제언과 함께 현장에 남아 있는 의료진을 격려하는 국민행동을 제안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6일 의사 출신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타협 시간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의과대학 증원 범위를 조정하자”고 주장했다.
"정부-의료계 극한 대치 지속되면 3월에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 위태"
신 의원은 “정부와 의료계 ‘강(强) 대 강(强)’ 대치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당장 새 전공의들이 업무를 시작하는 3월에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가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는 당장 국민 여론 등 지지를 받고 있어 선의의 정책으로 비칠 수 있다”면서도 “총선 전(前) 조급하고 일방적으로 2000명 추진을 고집한다면 오히려 필수·지역의료 생태계를 훼손하고 의료개혁은 실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그는 의대 증원 규모를 연간 ‘500명~1000명’ 범위 안에서 조정해 결정하고, 지방의대 중심으로 증원을 시작하자는 제언을 내놨다.
다만 신 의원은 “‘의료인력추계수급위원회’를 만들어 장기적 추계 시스템을 강화하고 5년 뒤 재평가와 함께 의사증감 여부를 정기 논의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서남의대 폐교 사례 등 부실 의대 방지를 위해서는 “대학인증평가 사전제를 도입하고 문제시 정원을 ‘감축’하는 강력한 패널티를 적용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신 의원은 의료계에 의료개혁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태도를 보이라고 당부했다. 신 의원은 “필수의료 패키지 강화와 지역의료 활성화를 위한 개혁에 적극 협력하고, ‘필수의료특례법’을 조속시 추진하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번 의대 증원 논의 시작이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의 현상이었던 만큼 의료가 정치에 이용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신 의원 입장이다.
신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의료시스템을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는 정부와 의료계는 각자의 주장을 잠시 멈추고 한발씩 물러나 진정으로 국민과 환자를 위한 대타협을 시작하라”고 주문했다.
같은 날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의협 비상대책회의 집단행동 관련 협상 요구 브리핑’을 열고 의료계에 대화의 자세를 요구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의협은 비상대책회의를 열면서 환자와 국민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이를 볼모로 한 의사들 집단행동은 명분이 없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도 “더 이상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지 말고 의료현장으로 돌아가 정부와 협상을 하라”며 “윤석열 정부도 의료계 파업에 대한 준비를 어떻게 했는지 밝혀야 하고, 민주당은 의료대란 대응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5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민주당 타진 결과, 의대 증원 규모는 400~500명 선에서 의료계와 정부 타협이 가능할 것 같다. 서로 강경대응을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정부에도 쓴 소리를 가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일부러 2000명 증원을 들이밀며 파업 등 과격 반응을 유도한 후 이를 진압하면서 애초 목표인 500명 전후로 타협하는 ‘정치쇼’로 총선 지지율을 끌어올리려한다는 의혹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경증환자·비응급환자 대형병원 이용 자제, 현장 남은 의료진 격려하자”
한편, 26일 의사 외 간호사·의료기사 등의 직군으로 구성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최희선)는 전공의 공백으로 인해 마비된 의료현장을 고발하면서 국민행동을 제안했다.
노조는 “의사 집단 진료거부의 피해자는 국민이고, 의사와 정부의 강 대 강 극한 대치의 희생자는 국민이기 때문에 국민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노조는 ▲경증환자와 비응급환자의 대형종합병원 이용 자제 운동 ▲의료현장을 지키는 의료진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덕분에’ 운동 ▲의사단체와 정부 간 대화를 촉구하는 국민행동 3가지를 국민에게 제안했다.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존경하는 의사 앞에 숨 죽이는 환자와 국민이 왜 지금 의사단체에 분노하고 등돌리는지 돌아보길 바란다”며 “의협이 국민 생명권을 우선 생각하고 의료체계를 바로 세우는 일에 역할을 다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