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도 노동자' 대학병원 교수노조 설립 바람
대한민국 첫 의대교수노조 출범 1년 경과, 교수들 전반적 '인식 변화' 확연
2022.04.07 06:31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대학병원 교수에게도 근로자로서의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일명 ‘고소득 명예직’이라 불리는 이들은 그동안은 ‘근로자’라는 분류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많은 교수들의 인식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이 같은 사회적 지위에 가려 ‘근로자’로서 마땅히 주어져야 할 많은 권리들이 소리도 없이 박탈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이렇게 출발한 ‘의대교수 노조 설립 바람’은 주요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확산돼가는 모습이다.
 
2021년 3월, 첫 의대교수노조 출범 ‘아주대 의대’
 
의대교수 노조 설립의 스타트를 끊은 것은 아주대학교 의과대학이다. 
 
아주대의대 교수노조는 지난 3월 12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경기지청으로부터 노조 설립 신고증을 교부받으면서 공식출범을 알렸다. 
 
지난해 교원노조법 개정으로 대학 교수들의 노조 설립이 가능해진 이래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약 50개 대학에서 교수 노조가 설립됐다. 하지만 단과대학 및 의과대학 노조 설립은 아주의대가 처음이었다. 
 
국내 첫 교수노조의 출발을 순탄치만은 않았다. 아주대병원 임상 교수들은 앞서 지난 2018년 의사노조를 설립하고 대학 교수 노조 결성을 금지하는 교원노조법에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진행했으나 1심에서 패소하기도 했다.
 
이후 대학교수의 노조 설립을 금지하는 교원노조법 2조 조항이 개정되면서 대학교수 노조 설립이 성사됐다.
 
아주대 이어 인제대·분당서울대병원도 ‘노조 설립’
 
아주대의대 교수들이 힘들게 출발선을 끊은 이후, 이들의 행보를 뒤따르는 움직임이 일었다. 
 
아주의대 교수노조가 출범한지 약 3개월 뒤인 2021년 6월 7일, 인제의대 교수노조는 교수노고용노동부로부터 설립허가증을 교부받았다고 밝혔다.
 
인제의대 교수노조는 “교수들의 임금 사안이나 근로조건에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며 설립 배경을 밝혔다. 
 
인제의대 교수노조가 출범한지 얼마되지 않아 또다시 새로운 의대교수노조가 설립됐다. 국내 최대 국립대병원인 서울대병원의 동생 분당서울대병원이었다.
 
국립대병원에서 교수노조가 설립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2021년 10월 관할 지자체에 노동조합 설립 신고를 마쳤다.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노조는 “현재 분당서울대병원에는 진료교수요원 98명 등 계약직 교수 321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일정 기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되는 직급인데, 같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안정적인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노조 설립 계기를 밝혔다.
 
각 의과대학별 개별노조들의 설립 움직임은 활발했지만, 이들의 구심점이 되어 줄 전국의과대학교수노동조합의 성과는 다소 아쉬운 모습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노동조합(이하 의교노)는 2021년 4월 21일 창립총회를 열었다. 아주대의대 교수노조가 출범한지 약한 달 만이다. 초대 위원장에는 김장한 울산의대 교수가 위촉됐다.
 
“구심점 역할 ‘전국의과대학교수노동조합’, 설립 1년 가깝지만 성과 아쉬워”
 
의교노는 설립 기념 기자간담회를 통해 “우선 의과대학별로 지회를 만드는 것을 지원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면서 “이후 지회가 충분한 기능을 하게 되면 지회를 넘어 각 의과대학마다 단위노조가 만들어지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목표를 밝혔다.
 
아주의대를 제외하곤 개별 의대 차원의 노조 설립 움직임이 지지부진한 만큼 의교노가 의대별 단위노조 설립을 위한 일종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였다.
 
구체적으로 여러 의대에서 단위노조가 설립되면 의교노 조직은 해체하고, 다시 해당 단위노조를 한 데 묶는 노조연맹을 구축한다는 청사진도 내보였다.
 
하지만 2021년 말까지 노조 지부에 가입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아주대의대와 인제대의대 교수노조 등의 경우 별도 단위노조로 분류된다.
 
1년 동안 몇 개의 단위노조가 설립됐지만, 중앙회를 두고 ‘본격적’인 활동에 착수하기에는 교수들의 부담감이 적잖았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의교노는 초조해 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이제 막 출발선을 끊은 단계일 뿐, 앞으로의 성장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이들은 말한다.
 
특히 올해는 각 단위노조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가장 먼저 당장 3월 말에는 아주대의대 교수노조의 ‘연가보상비’ 지급 소송에 대한 법원 판결이 예정됐다.
 
의사에 대한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고, 소진되지 않은 연차에 대한 보상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이면 다른 대학병원 교수들의 근로환경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어 인제의대 교수노조는 금년 1월 말 사측(인제학원 재단)과 첫 번째 단체교섭을, 2월 중순 두번째 교섭을 가졌다.
 
인제의대 교수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노조의 요구안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주는 등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다만 2022년 3월 현재 단체교섭이 타결된 사례는 아직까지 나오고 있다.
 
아주대의대 교수노조와 사측(대우학원 재단)의 단체교섭은 현재 중앙노동위원회 중재과정에 놓여 있다.
 
양 측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11차례의 교섭회의를 거쳤지만 몇 개 조항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노조는 지난 12월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아주의대 노동조합에 따르면 노동위원회의 중재결정이 내려진 뒤, 임금관련 조항에 대한 단체교섭을 통한 합의가 재개될 예정이다.
 
인제대의대 교수노조 또한 첫 협상이 타결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대경 인제대의대 교수노조 위원장은 “임금체계 전체를 손보는 내용의 논의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협상이 타결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며 “앞으로 수개월은 대화를 이어나가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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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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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 2000
  • ㅋㅋ 04.08 09:45
    대표적인 사회적 특권 계층인 교수가 노조라?

    이거야말로 '도둑맞은 가난'? 아닌가?
  • 04.09 10:01
    네가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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