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필수의료에 힘쓰지만 사실상 각자도생하고 있는 민간중소병원이 제대로 공익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수의 민간중소병원들은 경영권만 보장된다면 ‘공익형 민간병원’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17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의료개혁에서 지역의료기관 역할과 과제 : 보건의료산업 민간중소병원 노사공동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서영석·김윤 의원,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공동주최했다.
김윤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대한민국 의료체계 공급 개편을 미룰 수 없다”며 “지역병원으로 불리는 종합병원 역할을 설정하고, 자체적으로 힘써오던 민간병원이 공익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토론회 개최 취지를 밝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민간중소병원은 경영난 및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우리나라 의료기관 중 90%를 민간병원이 차지하나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제도가 설정돼 있다 보니 국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이들 병원도 점점 문을 닫는 추세다.
“종합병원 개인 소유 금지, 공익참여병원 지정”···“공공병원 준하는 지원 필요”
발제자로 나선 임준 인하대병원 예방관리과 교수는 현재 의료공급체계를 “필요가 아니라 구매력에 의해 작동해 서울·수도권에서만 공급이 원활하고, 동네의원과 대학병원이 경쟁하는 공급자 주도 시장에 환자가 따라다니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이에 의료기관의 대다수를 차지하면서 좋은 역할을 하고 있는 민간중소병원 등 지역 의료기관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제시했다.
임 교수는 “종합병원은 원칙적으로 개인 소유를 금지하고, 책임의료기관 및 공익적 역할이 가능한 민간종합병원은 공익참여병원으로 지정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상혁 녹색병원장이 그리는 공익형 민간병원의 역할은 ▲부족한 공공병원 대리 기능 ▲지역거점, 지역친화 ▲응급·소아·분만·재활 등 포괄적 의료서비스 제공 ▲일차의원·상급병원과 유기적 협력 ▲지역사회 돌봄·복지 수행 ▲1차예방, 건강증진활동 등이다.
임 병원장은 “지역 중소병원은 대부분 경영난을 겪고 있고, 관련 정부 정책도 없고, 자체 전망을 가지는 곳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익형 민간병원 제도가 들어설 때 많은 민간병원들이 경영권만 보장된다면 대부분 참여할 것”이라며 “공공병원 지원의 10분의 1만이라도 있으면 된다”고 피력했다.
1986년 무의촌에서 신천연합의원으로 출발한 신천연합병원도 기부금으로 방문의료센터 등 다수의 공익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김정은 신천연합병원장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의료체계는 지역이 살고, 지역완결형 의료다”며 “우리 병원이 꼭 필요한 만큼의 중증도를 감당하면서 여러 사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실질적 제도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간병원이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보건의료사업에 참여할 때 지속 가능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대영 예수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은 “필수의료·만성질환 등은 민간병원이 대부분 보지만 대규모 국가지정사업은 공공병원이 수행하고 있어 지원 개선이 필요하다”며 “지역 민간병원이 공공의료 전담부서를 확보하고, 공공과 민간 연계 인프라 구축이 의무화돼야 한다”고 역설했다.